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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3. 2020

안면도 (安眠島)

안면도의 대하가 맛있는 이유

여름이 한참 무르익을 때부터 가을까지 나오는 대하는 가을 먹거리를 대표하는 해산물이다. 대하 하면 태안이고 태안에서 안면도에서 많이 잡힌다.  요즘 백사장항에서는 10여 척의 어선이 대하잡이에 나서 하루 평균 1t을 잡아 올린다고 하는데 산지에서는 그날그날 조금씩 다르지만 1kg에 3만 원 초반에서 4만 원까지 먹을 수 있다. 태안에 연결되어 있는 안면도의  안면(安眠)이란 곧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쉴 수 있다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이며, 남북 길이 24㎞, 동서 길이 5.5㎞로 남북으로 뻗어 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지명처럼 이곳의 지형이 낮고 잔잔한 것이 특징이라 물이 빠질 때면 조개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찾아온다. 대하를 대중적으로 먹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역사 속에서 큰 새우라는 대하는 여러 번 언급이 되었다. 

중국 명나라 때 약학서인 '본초강목'에 따르면 대하는 신장을 강화시켜 양기를 돋우는 효능이 있다고 나오는데 콜레스테롤 성분이 많지만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타우린 성분이 있어 고혈압을 비롯한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문헌인 ‘동국여지승람’에는 대하가 경기, 충청, 전라, 황해, 평안, 서해 5도의 토산물로 소개되어 있으며 ‘자산어보’에도 “대하는 빛깔이 희거나 붉다. 흰 놈은 크기가 두 치(한 치는 약 3㎝), 보랏빛인 놈은 크기가 5~6치에 이른다”라고 했다. 

안면도에는 풍광이 좋은 해수욕장도 많지만 항구도 많은 곳이다. 안면도에서 더 내려오면 원산 안면대교가 연결된 고남면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대하를 만나볼 수 있다. 

안면도에서 잡히는 대하의 양식은 중남미가 고향인 흰 다리새우와 자연산 대하도 만나볼 수 있다. 꼬리가 분홍색을 띠면 양식이고, 뿔이 머리보다 밖으로 길게 나오면 자연산이라고 하지만 맛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가 않다. 

안면도답게 대하와 새우, 꽃게 등을 튀긴 먹거리도 볼 수 있다.  ‘사리다’라는 옛말에서 비롯된 새우는  도화새우, 보리새우, 대하, 중하, 꽃새우, 독도 새우등 90여 종에 이르는데 대하는 보리 새우과에 속하는 새우로 왕새우라고도 한다. 즉 일반적인 새우와 다른 점은 크다는 것이다. 대하는 새우에 비해   먹을 것이 많고 맛도 좋아 단독 식재료로도 많이 쓰이며 쫄깃하고 단단한 살과 달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대명, 소래, 태안, 보령, 남당, 무창포, 홍원, 마량, 군산 등에서 대하가 나오지만 축제는 보통  안면도, 남당, 무창포 등에서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대하축제를 만나볼 수 있지만 대하를 맛볼 수는 있다. 대하는 산란은 4~6월경에 서해연안의 하구 부근의 진흙질, 수심 50m 아래의 얕은 바다에 하기 때문에 안면도의 지형적 특징이 맛있는 대하를 만나게 해 준다.  안면도의 경우 초여름인 5월에 나타나 산란을 끝내고 먼바다로 나갔다가, 몸집이 한 뼘 이상 커지는 9월부터 다시 찾아와 11월 말까지 머문다고 한다. 

대하를 손쉽게 먹어보는 요리방법은 찜이나 구이다. 대하를 먹기 시작하면서 그 진미를 아는 사람은 머리만 먹는다. 살만 있는 배보다 내장의 육즙이 더해져 감칠맛이 나는 것이 좋다. 10년 전부터 대하장이 도시에도 많이 등장했지만 안면도에서는  물이 좋은 대하는 팔고, 머리나 꼬리가 떨어져 상품가치가 없는 대하로 장을 담갔다고 한다. 오래전에  대하를 살짝 쪄서 짚으로 소금 간을 하고 조기처럼 엮어서 말린 대하는 조선시대 궁중 찬품의 하나였다고 하는데 먹어보지는 못했다. 

대하요리는 꽃게와 된장 베이스에 끓여내면 그 시원함이 좋고 튀김 역시 별미다. 

작은 인삼을 잘 다듬어서 샐러드 소스에 대하와 함께 만든 대하 샐러드나 미나리와 야채를 넣고 간장을 베이스로 한 특제소스로 만드는 대하 간장찜도 좋다.  자망(刺網)은 고기의 몸 둘레보다 작은 망목의 그물을 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쳐서 끼게 하여 잡는 삼중자망은 사니질에  묻혀 사는 대하를 잡는 방법이다. 코로나 19로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대하를 즐길 수는 없지만 안면도의 대하는 가을 맛의 매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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