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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4. 2020

과거의 유물

청소역의 택시운전사

우리가 때론 보물처럼 사용하는 물건들이나 문화 혹은 공간은 언젠가는 유물처럼 되는 날이 온다. 직업 또한 그런 날이 오게 된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것들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다. 스스로의 의미에 매몰되어서 변하지 못한다면 자신도 유물처럼 변하게 되며 정체될 수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였던 택시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기차역이 있는 보령 청소역 역시 유물처럼 보이지만 순간의 기억을 남길 수는 있는 곳이다. 

보령의 청소역을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이곳에서 매표를 하지도 않지만 코로나 19와 관련된 문구들은 볼 수 있다. 최근 여행 패러다임의 변화라면 함께가 아니라 각자 하던가 최소한의 접촉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2월만 하더라도 9월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이제 2021년도 자유롭지는 못할 것처럼 보인다. 

승차권을 예매해가 위해서는 주변에 있는 광천역이나 대천역을 이용하여야 한다. 청소역에 정차를 하는데 무궁화호만 정차를 하고 상행과 하행으로 하루에 네 번씩만 정차를 한다. 청소역에서 대천역과 광천역, 웅천역까지 2,600원의 운임이 적용된다. 

열차뿐만이 아니라 대중교통을 비롯하여 불특정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시설을 들어갈 때는 모두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마스크 착용을 가지고 적지 않은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함께하는 것이 필요한 시간이다. 

청소역은 장항선에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역사로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건축적·철도역사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되어 등록문화제 제305호로 지정되었으며 거리에서 택시운전사가 촬영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곳이다. 

교통수단을 움직이는 운전사의 역할은 향후 10년에 가장 빠르게 없어지는 직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제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은 과거의 유물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청소역만의 패러다임이 있는 공간으로 기찻길로 이어진 곳에는 기차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독일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 택시운전사 만섭은 광주사태의 중심으로 들어가는데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1980년 5월 광주를 스크린에 불러냈다.  1979년 발표돼, 국민가요가 된 불후의 명곡 조용필의 ‘단발머리’는 많은 한국인의 그 시절 감성을 대변하는 명곡으로 자리 잡았는데 그날의 분위기와 함께 어울려 보인다.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불러주던 날이 있고 다가오는 앞날에는 어떤 것이 올지 모른다. 운전기사의 역할도 계속 바뀌어가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5년 인천공항과 여의도를 오가는 항공 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이 가능해지는 2035년에는 일반택시 수준인 2만 원 대로 낮춘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져 있다. 2035년이 되면 어떤 교통수단도 직접 운전할 일이 없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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