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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6. 2016

데드풀

B급 히어로의 핵잼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통쾌하고 19금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영화가 나올지 몰랐다. 영화 초반부터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을 "돈 많이 쳐 받은 초짜 감독'이라고 표현할 때부터 살짝 느낌이 왔다. 지금까지 19금 B급 히어로의 최고봉은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가 출연한 킥 애스가 였던 것 같다. 그러나 데드풀이 나오고 나서는 19금 B급 히어로 무비의 최고봉이 바뀌었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놀즈)’은 암 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여 후, 강력한 힐링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난다. 겁내 익숙한 스토리다. 이 정도 내용을 적당하게 믹싱하고 악당을 징벌하였다면 별로 재미없었을 것이다. 우선 데드풀이 재미있는 이유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말이 겁내 많다는 점이다. 유머를 절대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사람을 죽이는 순간이나 자신이 죽을지 모르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박박 긁는 엄청난 내공을 보여준다. 



데드풀은 나쁜 놈일까? 


나쁜 놈이긴 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악당은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는 마인드는 가지고 있어도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지 친절(?)하다. 진지 할 때가 한 번이라도 있었을까. 세상 흘러가는 대로 산다는 마인드를 가진 인물이다. 여자친구가 몸을 팔고 술집에서 일해도 그냥 좋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내키는 대로 한다. 보통 사람들은 금기라고 생각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시도한다. 그 부분이 속 시원하다. 사람들은 도덕적인 관념이나 다른 사람 눈 때문에 못하는 것을 그냥 한다. 

사실 데드풀은 묘한 짬뽕 영화다. X맨이 나오긴 하는데 출연료 때문인지 딱 두 명만 나온다. 온몸이 부서지지 않는 금속으로 변하는 괴력의 사나이 콜로서스와 몸속의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증대하여 자신의 몸을 무기처럼 만들기도 하고 폭탄처럼 터트릴 수 있는 나가 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다. 데드풀은 자신들의 단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이 둘한테 도움을 청하러 가면서 데드풀은 이런 말을 한다. 


"그런데 말이야. 이 저택은 둘이 지내기에 너무 크지 않아? 마치 출연료가 딸려서 다른 엑스맨은 안 나온 거 같잖아." 


다른 영화를 아무렇지 않게 인용하는 것도 많다. 데드풀을 X맨으로 만들려고 콜로서스가 끌고 가자 찰스 자비에가 맥어보이(리부트 버전)였나? 스튜어트(원래 X맨)였나?라는 말을 그냥 내뱉는다. 


여자친구가 암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잠에서 깬 웨이드 윌슨(데드풀)에게 왜 깼냐고 묻자. 웨이드 윌슨은 이렇게 말한다. "리암 니슨에게 쫓기는 꿈을 꿨어. 딸을 납치했다가 죽을뻔했네. 그런데 말이야. 시리즈 3편 내내 딸이  납치당하잖아. 그러면 아버지에게 문제 있는 거 아냐?" 


자기 비하까지 한다. 데드풀의 주인공인 라이언 레이놀즈는 자기 자신을 언급하며. 얼굴이 중요한 이유를 말한다. 할리우드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력을 보고 쓰겠냐면서 말이다.  


영화는 초반에도 멋진 액션씬을 보여주지만 마지막 장면을 위해 모든 것을 남겨두었다. 그 능력이 어떤지 예측이 가지 않았던 나가 소닉 틴에이지 워헤드는 파란색의 기운을 쏟아내며 데드풀과 콜로서스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지나 카라노가 맡은 에인절 더스트는 시종일관 무게만 잡다가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는 콜로서스와 대등한 or 어떤 면에서는 넘어설 정도의 파워를 보여주며 콜로서스를 압도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모레나 바카린의 가슴 노출까지 감행했던 데드풀이 지나 카라노의 한쪽 가슴 노출을 묘하게 가렸다는 것이다. 어차피 19금인데... 아쉽다. 


새로운 V 시리즈에서 아름다운 여왕 역할을 했던 모레나 바카린을 스크린에서 만난 것이 정말 반가웠던 것 같다. 그리고 빡빡머리에 묘한 분위기의 소녀 브리아나 힐데브란드 역시 매력적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래퍼였던 솔트 n페퍼의 Shoop을 스크린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또 하나의 꿀잼이었다. 여성 3인조 그룹의 파워풀한 랩과 너무나 적나라 한 가사가 인상적이었던 shoop이다.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라면 선택에 후회는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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