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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8. 2020

선문답(禪問答)

신라(新羅) 때 범일국사(凡日國師)가 창건(創建) 했다는 단원사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묻는 것보다 질문을 많이 받는 쪽이다. 답을 명확하게 해주는 것은 좋을 때도 있지만 그 생각의 폭이 좁아지기에 꼭 바람직하지 않을 때가 있다. 보통 사람의 시각에서 볼 때 질문도 난해하고 대답도 난해한 것을 보통 선문답이라고 하기도 한다. 먼저 묻고 답을 구한다는 것이지만 답은 스스로에게서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대답해주기도 한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폭넓게 알아들을 줄 아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보령의 웅천읍에서 부여 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수부리라는 지역이 있는데 수부리에는 단원사가 있었던 곳이다. 단원사는 신라(新羅)때 범일국사(凡日國師)가 창건(創建)하였다고 전(傳)해지고 있다. 신라의 높은 관직을 지닌 김술원의 아들로 태어나 15살에 출가하여 당나라에 가서 제안(齊安)을 만나 성불(成佛)하는 법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제안은  “도는 닦는 것이 아니라 더럽히지 않은 것이며, 부처나 보살에 대한 소견을 내지 않는 평상의 마음이 곧 도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때 크게 깨달았다고 한다. 

옛날 사찰의 모습은 없어서 그냥 암자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대부분의 건물이나 석조물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거북 모양의 받침돌 위에 비몸을 잃어버린 채 머릿돌만 놓여 있었던 수부리 귀수는 고려시대의 것이다. 

산자락에 있는 영수암 자리는 예전에 단원사()라는 절이 있었기에 단원사라는 이름으로도 부르고 있는 곳이다. 선문답은 현실이나 바로 앞에 보이는 것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나 공간과 생각을 뛰어넘는 것이다. 

비 머리인 이수에는 구름 속에서 꿈틀거리는 용이 아홉 마리 조각되어 있으며 아래를 받치고 있는 사각 반석 위에 올라앉은 거북은 네 발이 사실적으로 땅을 힘차게 딛고 있다. 험상궂은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데 귀부와 이수가 함께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어 있다.


6세기 중국의 달마에서 시작된 선불교는 남종선과 북종선으로 갈라지는데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굴산문을 개창한 선승(禪僧)이 범일국사다. 남종선이 수행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돈오(頓悟)를 추구한 반면 북종선은 차근차근 깨달음을 이뤄 나가는 점진적 수행법인데 선사상은 지방 호족이 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사상적 배경으로 떠오르며 고려를 건국하게 된 기반이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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