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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3. 2020

보듬어 주는 산

모악 성지가 자리한 금산의 모악산

병약한 사람이 몸이 천근만근 같다고 하는 것은 영혼의 일부가 몸에서 떠나 있기에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고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몸이 가볍다고 하는 것은 영혼이 내부에 잘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데 요즘 같은 때는 움직이기도 쉽지 않으니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김제의 큰 산이라는 모악산은 모악 성지이며 금산사가 있어서 미륵도량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큼뫼에서 비롯되어 한자로 표기하다가 보니 엄뫼가 어머니를 뜻하는 모악이 되었다고 하는 곳이다. 지평선이 보이는 곳에서 800미터에 달하는 태산인 모악산은 피난처이자 품어주는 느낌의 산이다. 

종교의 발상지이거나 종교적인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을 성지라고도 하고 천주교인들이 박해를 받아 숨어 살았던 곳이 성지이기도 하다. 모악산은 수많은 종교가 발상되었던 곳이고 적지 않은 사찰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잇는 곳이기도 하다. 

미륵신앙의 핵심은 수행과 자비인데 통일신라시대 진표율사가 금산사를 중창하고 미륵전을 건립하여 미륵신앙의 중심으로 삼았던 것이다. 

금산사의 도량 배치는 부처님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서 어느 하나의 사상이나 종파에 치우침이 없이, 선과 교가 공존하며 모든 사상과 내용을 포용하고 있는 대승불교의 신앙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굳이 오늘 해탈할 것은 아니지만 금산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인 것은 알 수 있다. 

모악산은 가뭄이 들어도 물이 끓이지 않는 곳으로 사방으로 흘러 넓은 평야를 만들며 지평선을 보여준다. 김제에 자리한 벽골제의 시작도 바로 모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기도 하다. 

물이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모악산의 곳곳에는 신록의 에너지가 충만하다. 물은 만물의 변화 원리를 담고 있다. 삶이란 관찰의 의지가 있을 때 그 힘이 뻗어 나오고 존재의 의미도 커지게 된다. 매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아는 것이 적어지고 삶의 의미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모악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은 금산사를 거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머지않아 김제의 만경평야를 적신다. 계룡산과 모악산에 새로운 종교가 모여드는 것은 미륵신앙과 풍수지리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대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계룡산은 양이며 어머니인 모악산은 음으로 보는데 계룡산과 더불어 민중 신앙의 텃밭으로 보면 국토의 자궁 위치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품어주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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