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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3. 2020

가업 (家業)

술의 전통을 이어가는 이원 양조장

양조는 동서고금 시간과 돈과 전통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로 어떤 측면에서 보면 신용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시에도 술은 애환을 나누며 그 역사를 이어왔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군에겐 독일군을 애먹인 구경 75mm 대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따서 파리의 앙리 바에서 프렌치 75가 태어나기도 했다. 옥천의 한적한 곳에서 한국전쟁 등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명맥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주가 있다. 

우리 전통주의 명맥을 이어오는 양조장이 많지 않은 요즘 4대째 명맥을 잇는 전통 양조장이 이원면에  있었다. 이곳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2017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선정된 이원면 강청리의 양조장이기도 하다. 

입구를 통해서 들어오면  1950년대부터 사용해 오던 옛 시설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 등 역사성과 전통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원래 이곳은 이원면을 가로지르는 금강변에 만들어졌는데 당시에도 술맛이 좋아서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이후  금강 변의 잦은 홍수로 1949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다. 처음 설립한 1대 강재선 사장과 2대 문회, 3대 영철 사장에 이어 현재는 현준 씨가 바통을 이어 양조장 사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한다. 

이원 양조장 안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들을 볼 수 있다. 전통문화박물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원면에  오래된 물건을 전시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안으로 들어오면 약 2300㎡ 의 용지에 600㎡ 넓이인 양조장 건물에는 1949년 건축한 사입실, 누룩방, 입국방, 체험장, 식음장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앉아서 전통주를 한 잔 마셔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원양조장의 막걸리는 감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우리 쌀과 밀가루를 혼합해 전통방식으로 만든다고 한다. 

그 어떤 강도 나뭇잎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물에서 시작되어 작은 개천이 되어 흐르고 쌀이나 밀을 만나 식물의 생명을 키운다. 쌀은 효모균으로 인해 변화하고 증류되어 정수를 뽑아내면 증류주가 완성이 된다.  

아주 오래되어 보이지만 옛날 방식으로 첨가하지 않고 만들어서 의미가 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고조리서에는 ‘진맥소주’와 ‘밀소주’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밀막걸리는 밀의 고소함과 적절한 산미가 입맛을 북돋는데 증류해서 만드는 밀소주는 곡물의 고소함과 목 넘김 이후 다가오는 단맛이 있다. 

옥천의 특산품은 복숭아와 포도인데 브랜디의 재료로 사용하기에 좋은 과일이기도 하다. 밀소주가 조금은 낯설 수도 있지만 쌀로 만든 소주와 다른 매력이 있는데  가양주 개념의 우리 술을 빚는 양조장처럼 항아리를 고집하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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