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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18. 2020

모시송편

계절 환승 온택트 추석

계절이 확실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 전국의 지자체장들이 올해는 고향 대신에 사는 곳에 비대면 추석을 지역주민은 물론 많은 국민이 공감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자 선제적으로 이번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요양병원을 비롯하여 나이가 드신 분들이 거주하는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까. 

이제 사는 곳 어디를 가더라도 저렇게 접근을 금지하는 것을 알리는 띠가 쳐져 있는 것을 쉽게 본다. 아이들은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자유롭지가 않다.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에 아빠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지만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종은 줄 풀잎에다 기장을 싸서 진한 잿물 속에서 삶아낸 것으로 각서(角黍)라고도 부르는 송편을 보통 추석에 먹는다. 송편을 먹는 것은 농사일을 잘해줄 것을 당부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 풍습은 지금까지 전해 내려와 지금은 송편이 추석의 절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가을 하늘 공활할 때 송촌 체육공원을 걸어 다녀본다. 이 곳을 올라가면 대덕구의 텃밭이 하나 나온다. 

송편 중에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모시를 넣은 모시송편이다. 9월에는 모시송편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충남 한산 지방에서 많이 재배하며 껍질로 모시를 짜기도 한다. 가을에 연한 잎을 삶아 멥쌀과 빻은 다음 모시 송편이나 모시 개떡을 해서 먹어도 좋다. 다년생 초본으로 땅속줄기나 종자로 번식하는 모시는 텃밭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모시떡은 북부 델타 지역에서 유래된 것으로 반가이(bánh gai) 및 반잇라가이(bánh ít lá gai)로 불리는데 대만에서는 순과 잎을 물에 데쳐서 나물용으로 사용하거나 기름에 튀겨서 먹는 문화가 있다. 열대과일로 유명한 베트남답게 바나나 잎으로 감싼 다음 쪄서 만든 것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모시떡과 제조 과정이 비슷하다. 

오두막과 같은 곳에서 한적하게 책을 한 권 읽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폭풍의 언덕의 저자로 잘 알려진 E.브론테의 나뭇잎이라는 시 나뭇잎이다. 


흩날려라 나뭇잎이여, 흩날리거라 꽃이여, 시들어라.

밤은 길고 낮은 짧은 게 좋아라. 

가을날 나무에서 흩날리는

나뭇잎 하나하는 내겐 모두 환희의 소식.

피어오르는 구름이 장미의 침대에 꽃을 피울 때

나는 미소지으리니,

밤이 이울어 더욱 쓸쓸한 낮을 인도해 들일 때

나는 노래하리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같아라라는 말이 있지만 맛있는 모시송편을 하나 먹는 것으로 족해야 할 듯하다. 모시풀 잎에 시금치 대비 β카로틴이 4배, 칼슘이 57배, 비타민 B1이 5배가량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모시풀도 재배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달달하면서도 담백한 소를 넣은 모시송편은 한가위에 간식으로 딱 좋은 맛이다. 추석은 한국인 고유의 추수 감사제로 첫 수확한 쌀과 음식과 떡을 빚어 조상에게 올리고 이웃과 나눠먹기도 하지만 올해는 가족과 함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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