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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7. 2020

아! 바람이여~

이래서 바람의 언덕이구나. 

추석 때 고향 대신에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 19에 여행은 개인 방역과 함께하는 것보다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만 가는 것은 확진의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친인척이 같이 하는 것보다 조금 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 듯하다. 연휴 때나 주말보다 평일이 움직이는 것이 마음이 편할 수밖에 없다. 거제의 대표 여행지이기도 한 바람의 언덕은 한 번도 안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와본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풍광이 좋은 곳이다. 상시 세찬 바람이 불어서 머리를 잘 세팅하고 왔어도 머리를 안감은 사람처럼 만들어주는 곳이다. 

거제의 전형적인 어촌마을 뒤로 언덕이 있는데 일명 바람의 언덕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멀리 보이는 풍차는 바람의 언덕을 상징하는데 가을의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하늘과 바다의 모호한 경계와 주황색의 지붕은 분주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람들에게 인생의 쉼표와 여유를 선물해준다. 

이곳에서도 바다낚시를 나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배들이 정박해 있다. 코로나 19에 평소에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적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이 그리워지는 것은 매한가지 일 것이다. 가난했던 어촌이 세찬 바닷바람의 어촌의 정취와 갈매기들의 요란한 소리 등 낭만적인 바닷가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관광지로 다시 태어난 것이 얼마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시 데크길을 걸어서 바다로 나가는데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바닷바람이 세차다. 남해바다의 공기 속에서 바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가만히 눈을 감으면서 경쾌한 가을의 화음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바람에 밀려갈 것만 같아서 돌아보기만 한다. 

이날은 평일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바람의 언덕의 입구에서 거북 손등을 파시는 분들이 나와있지 않았다. 따뜻하게 삶아진 거북손을 먹기 위해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고 내려왔는데 못내 아쉽기는 하다. 갑자기 흐려진 날씨에 생각만큼의 풍광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해 보인다. 처음에 왔을 때는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시원스러운 풍경에 자리에 선 여행자라면 누구나 탄성을 내지르거나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대느라 여념이 없었을 그런 느낌이었다. 

바람의 언덕에는 바다를 직접 볼 수 있는 아래의 데크길과 바람의 언덕으로 걸어서 올라가는 데크길이 있다. 바람의 언덕을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도 마스크를 쓰고 오는 것을 보면 마스크 일상이 이제 안착된 듯하다.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시원스러운 풍광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거칠게 몰려온 흰 파도와 코발트빛 바다, 약간 우울해 보이는 하늘이 한데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과 시원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해안을 잠시 동안 배회했다. 

머무를 때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곳이지만 떠난 후에야 현실이 되는 공간이 바로 바람의 언덕이다. 남해 거제도의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해보려고 생각하는 곳이다. 풍력발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에 세워져 있는 네덜란드 풍차는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사람과 가까운 곳에 있기에 소리를 내며 돌아가게 설계는 하지 않았다. 풍차는 수차(水車)와 같이 인간을 대신해서 동력을 제공하던 초기의 주요 원동기로써 10~12세기 약 650년간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주로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시설물로 생각된다. 

마을의 단합된 모습과 좋은 인심이 만들어낸 도장포 유람선은 도장포 마을 주민 전체가 공동지분으로 출자해서 만든 국내 유일의 법인회사라고 한다. 배를 타고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거제 해금강과 외도, 매물도의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따라 신선대, 돌팀, 함목과 여차의 몽돌해수욕장 등을 돌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코로나 19로 인해 자유롭지는 않지만 마음을 담은 랜선 여행으로 대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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