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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20

청명한 하늘 아래

음성 백운산의 고심사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그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 것은 그 뜻을 묻는 것이다. 산이라던가 사찰의 이름은 오래된 유래가 있다. 음성의 백운산(白雲山)[345m]은 삼성면 소재인 덕정리의 서쪽 약 4㎞ 지점인 용성리 서쪽에서 상곡리와 경기도 안성시와 도계를 이루고 있는 경계에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음성의 백운산은 산이 높은 것도 아니고 웅장한 산도 아닌데, 수목이 울창하니 산새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지만  흰 구름 같은 서기(瑞氣)가 남쪽에 높이 솟아 있는 묘한 산이다. 

땅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맑은 푸른색과 하늘로 올라갈수록 짙은 푸른색이 가을을 상징한다. 세상에는 음양이 있고 아래위가 있다. 우리가 가진 사상이란 다름 아닌 음양의 작용을 뜻한다. 사상은 총체적인 총체적으로 순환이고 하나씩 보면 그 안에 음양의 작용을 알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이곳 백운산을 찾아왔던 고승은 이 기운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작은 사찰이지만 분위기만큼은 대사찰의 그것과 다름이 없는 곳이다.  고승은 산 밑 마을에서 머물면서 자세히 산세를 살피고 난 뒤 칠장사로 되돌아가 승려들에게 말하여 서운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지었었다고 한다. 

시선의 변화가 없이 고심사는 한눈에 전체적인 가람의 배치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서운암이 소실되었고 10년 만인 1602년(선조 35) 충주목사 정구(鄭逑)가 이곳 유생들의 진언을 받아들여 서운산 밑에 운곡 서원을 창건하고 산 이름도 서운산에서 백운산으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송 대의 유학을 집대성하여 완성시켰으며 이치를 끝까지 연구하여 경지에 오른 주자가 머물렀던 중국의 산이 백운산이다.  사색을 즐겨 하늘 저 끝에 과연 무엇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그는 민생을 걱정하는 정치가이기도 사람이다. 

이치대로 살았으며 이와 기로 이루어진 우주와 만물은 태극에 의해 생성되고 움직이며, 만물은 각각의 태극을 가지고 있었던 주자의 생각이 음성 백운산 고심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을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명확해서 좋은 계절이다. 여행하기에도 좋지만 함께하는 것보다는 올해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산명을 서운이라 부르면 불가(佛家)가 흥성할 것이요, 백운이라 부르면 유가(儒家)가 흥성할 것이라 하여 양자의 명칭을 모두 사용하였던 공간에 자리한 고심사는 생각과 사상의 전환은 물 흐르듯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을 오색영롱한 구름 한 가닥이 종중에 뻗쳐 황홀하게 비치고 있는 이곳에서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고 나아감이나 배움의 중요성이 왜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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