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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7. 2020

한려해상 (閑麗海上)

수려한 거제의 학동해수욕장을 찾다. 

한산도와 저 멀리 여수 밤바다를 연상케 하는 여수의 앞글자를 따면 한려가 되는데 바다를 이어주는 남해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한려해상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은 남해 전역에  펼쳐져 있는데 통영시 203.9㎢, 거제시 170.50㎢, 남해군 74.12㎢, 여수시 28.90㎢, 사천시 26.70㎢, 하동군 6.20㎢가 해당이 된다. 거제의 곳곳에 가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공간들이 있다. 여름도 이제 저 멀리 갔지만 한 여름에 모래찜질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거제 학동 몽돌 해수욕장에서는 찜질을 하려면 몸이 익을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거제 학동 몽돌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남해바다가 빼꼼히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바다 옆으로 만들어진 도보여행길을 걷다 보면 아래로 파도가 철썩이고 멀리 수평선 위로는 해가 떠오르는 환상적인 장면을 만날 수도 있는 곳이다. 

청각, 시각, 촉각 등을 이용하면 뇌가 자극된다고 하는데 이를 ASMR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하면 뇌를 자극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거제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가만히 있으면 파도에 몽돌이 구르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는데 지리산 산골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소리만큼이나 좋다. 

걷기에는 딱 좋은 시간인데 알려줄 방법이 많지가 않다. 학동 몽돌해수욕장은 유명한 거제의 여행지만큼 긴 해안길을 자랑하는 곳이다. 끝에서 끝을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1~2시간은 그냥 지나가게 된다. 오래간만에 찾아왔으니 아래로 내려가서 몽돌을 만나봐야 할 듯하다. 돌이 많다고 해서 몽돌을 가져가는 것은 불법이니 그냥 만져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몽돌의 크기도 제각각이다. 가만히 앉아서 몽돌을 던져보면서 나름의 ASMR을 만들어내 보았다.  몽돌은 파도와 해류의 영향으로 닳아서 동글동글해진 돌로, 파도의 파장에 따라 규칙적으로 구르면서 돌끼리 부딪혀 편안하고 포근한 소리를 낼 수 있다. 마냥 좋게 보면 힐링이 되는 길로 가만히 눈을 감고 걷는 것도 몽돌소리를 들어보는 좋은 방법이다. 학동해수욕장은 몽동소리길이라고 불러도 될만한 곳이다. 

교차로에서 우측으로 걸어서 가면 멋들어진 소나무가 나오는데 이곳을 지나쳐서 조금 더 가면 산행길로 연결되는 구간이 나온다. 

이곳을 중심으로 횟집들이 있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회를 한 점 먹으면서 바다와 몽돌소리를 듣는 나름의 사치도 부려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수욕장에 가서 모래가 신발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몽돌해수욕장은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돌이 어쩌다가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건강을 위해 지압을 하고 싶지 않다면 바로 빼내야 된다.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이 반대편이라면 그 반대편에는 학동 자동차캠핑장과 함께 숙소 공간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 역시 운치가 있어서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바람과 해류에 따라 그 크기와 파장은 달라지는 마루는 파도와 마포 사이를 의미한다. 저 앞에 보이는 흰 포말은 파도의 바닥 저항력이 증가함에  따라 부서지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구와 달이 만들어내는 운동에너지가 파도도 만들고 몽돌도 만들어낸다.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들어가 있는 몽돌 구르는 소리는 으르렁으르렁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수줍어서 소녀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소년이 부르는 소리같이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 19에 지친 일상 혹은 답답해 보이는 이때가 언제 지나갈지에 대해 궁금할 때가 있지만 규칙적으로 들어오는 몽돌 구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9월의 마지막 주를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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