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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9. 2020

자연스러움 (無爲而化)

하동 횡천면의 자연스러운 모습

밤과 낮의 길이가 바뀌어가며 날이 서늘해지고 있는 가운데에도 수없이 작은 흐름들이 서로 겹치고 엉키면서 자연스러움을 만들어가고 있다. 위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모래를 끌고 내려오면서 수액이 풍부한 나뭇잎을 덮기도 하면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노자도덕경에는 무위이화(無爲而化)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자연의 순리 그대로 역행하지 않고 순응하는 삶이라는 것이지만 노력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코로나 19에 더욱더 인적이 드문 횡천면의 횡천시장을 찾아가 보았다. 옆에는 시대 이용원이라는 이름이 오래된 하동의 정취를 느끼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삼한 시대에 횡촌, 삼국 시대에 횡계촌 지역으로 1704년(숙종 30) 내 횡보면으로 불렸던 이곳은 하동과 청학동으로 가는 갈림길에 자리하고 있다. 

사거리에서 오래되어 보이는 전각이 있는데 따로 설명이 없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비에 쓰여 있는 글을 읽어보았다. 비에는 한자로 유인진양하씨열행사적비(孺人晉陽河氏烈行事蹟碑)라고 쓰여 있었다. 통일신라 말기에 호족은 전면으로 나서게 되는데 이 때 진주 토성으로 불리는 하씨·강씨·정씨·소씨가 중심 세력을 이루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진양하씨다. 남편을 물어죽인 독사를 물어 죽이고 목을 메어 자살했다는 열녀비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거리두기가 2단계라 끝날이 5일과 10일에 열리는 횡천시장도 열리고 있지는 않다. 10월이 되면 조금 일상이 바뀌게 될지 모르겠지만 추석을 지나 보면 그 결과가 나올 듯하다. 이제 북쪽에서 흘러든 횡천강 줄기가 횡천면을 가로지르며 동남쪽으로 흐르는 곳으로 가본다. 

하동은 어디를 가더라도 계절에 상관없이 힐링이 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다. 하동군의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횡천면의 문화 유적으로는 선사, 고대의 유적인 남산리 고인돌군, 남산리 유물 산포지, 전대리 유물 산포지 등이 남아 있다. 

지금 흘러가는 물은 다시는 만나볼 수는 없지만 물이니까 그냥 흘러갈 뿐이다. 고단한 도시의 삶에서 떠나 이런 풍광을 보는 것도 현재를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 하동호를 지나면서부터 하천 양쪽에 골짜기를 따라 농경지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횡천리를 지나면서 골짜기와 농경지가 넓어지며 경지 정리도 잘 되어 있는 곳이다. 

저 건너편에는 널리 광장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그 앞으로는 핑크 뮬리가 심어져 있다. 가을 하면 핑크 뮬리지만 대도시에서 핑크 뮬리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어서 간격을 두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마음껏 핑크 뮬리를 즐겨볼 수 있다. 

횡천강은 맑아서 다슬기와 은어가 많이 살고 있다. 다슬기를 말하니까 갑자기 다슬기국이 먹고 싶어 졌다. 횡천강이 흐르는 곳에서는 매년 여름에 가로내 여름축제가 열리기도 했는데 올해는 조용하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물이 저절로 흘러가는 것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아주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 


"매일매일의 목적이 없다면 당신은 그저 몽상가에 불과할 뿐이다." - 지그 지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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