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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3. 2020

하늘을 열다.

권근의 역작 천상열차분야지도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지폐인 만원 자리 뒤를 잘 살펴보면 혼천의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뒤로 별자리 같은 것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이 별자리는 바로 천상열차분야지도로 조선의 개국과 동시에 하늘을 열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하늘을 보는 경우가 많이 없는데 밤에 하늘을 자세히 살펴보면 별자리가 있다. 그 중에 하나의 별에서 오랜 시간 전에 내 몸을 이루는 물질이 오랜 시간을 두고 날아왔을 것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하늘, 사람, 땅을 의미하는 3재와 10개의 태양을 의미하는 10개의 원과 12지를 의미하는 12개의 직사각형이 숨어 있다. 10 간과 12지는 동양학의 근간이 된다. 그 천상열차분야지도는 바로 음성에 자리한 권근의 역작이기도 하다. 천문도의 완성은 조선 태조 대였지만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고구려 장수왕대부터 시작되었다. 

추석 때 공원묘지 대신에 권근의 흔적을 찾아 음성으로 향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차’란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말하고, ‘분야’란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눠 지상의 해당 지역과 대응시킨 것을 의미한다. 

이곳은 권근을 모시는 곳이기도 하지만 3대가 같이 제사 영역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건국에 큰 역할을 한 권근權近을 중심으로 유방택柳方澤·설경수偰慶壽 등 천문학자와 전문가 11명이 1395년(태조 4)에 흑요석黑曜石 판에 새겨 제작한 것이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이다.  국보로 지정되어 원본은 이곳에  없지만 똑같은 정보를 담고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도설은 상단과 하단으로 나뉘는데, 상단 가운데 작은 원은 ‘절후별혼효중성節候別昏曉中星’으로 24절기 별로 초저녁昏과 새벽曉에 자오선을 지나는 남중하는 별자리를 기록한 것이다. 주극원 내의 별자리는 한양의 북위 38°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이고, 그 바깥은 1세기경 고구려의 북위 40°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지만 하늘을 살펴보면 고구려대와 조선시대와 다를 것이 거의 없었다.  서쪽卯과 남쪽午을 기점으로 포물선을 이루는 푸르스름한 띠는 은하수銀河水까지 그린 것을 보면 상당히 디테일한 느낌이 있다. 

묘소로 다시 올라와보았다. 잘 관리되고 있는 권근의 묘소를 보면서 하늘을 어떤 관점으로 보았을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1247년淳祐 7 남송南宋에서 제작된 소주천문도蘇州天文圖(일명 순우천문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오래된 천문도 각석이다. 

삼대묘는 좌청룡과 우백호에 둘러싸인 언덕(岡)에 있다. 가장 위쪽에 양촌선생이 두 번째에는 권제, 맨 아래에 좌의정을 지낸 권람의 묘다. 권제의 신도비는 20여년 전에 새로 만들었고, 양촌선생과 권람의 신도비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여서 글씨를 알아보기는 힘들다. 

미래에도 변화는 있겠지만 결국 정보는 힘이며 권력이기도 하다. 맑은 하늘 속에  변화와 진리가 담겨 있다. 시시각각으로 구름의 크기나 방향도 바뀌지만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물의 본질이 담겨 있다. 만원이 화폐로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그 뒤에 그려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의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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