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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3. 2020

인생의 봄

통영의 박경리 묘소를 가는 길

팩트가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성향이나 선동적인 내용은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물며 올바른 정보가 그럴진대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사람을 호도하고 선동하는 글이나 기사를 본다면 코로나 19에 더욱더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주는 생각을 한다. 따뜻하면서도 포근하고 문장에 온도를 담아서 전달해줄 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통영의 박경리 묘소가 자리한 곳에는 통영 박경리 기념관이 있는데 코로나 19에 거리두기 단계가 낮추어질 때까지 운영이 되고 있지 않다. 추석이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 운영을 할지 계획이 세워질 듯하다. 

뒤편에 자리한 박경리 묘소까지는 걸어서 올라가 볼 수 있다.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차분하게 뒤돌아보는 청춘은 짧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지나고 나서도 후회는 없다. 보통은 젊은 날에 그 짧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계단을 올라오고 나서도 계속 걸어서 올라가야 박경리 묘소에 도달할 수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인생에서 봄은 미래에 활력을 더해주는 그런 느낌이다. 마음이 평안하며 고요하게 지니면 추울 때에도 더울 때에도 나를 침범하지 못한다고 한다. 세상에 가장 문제가 되는 일은 아무 근거 없이 다른 사람을 비방해 잘못을 덧씌우는 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비방을 듣는 사람이 자신의 결백을 변명하기라도 하면 시끄럽고 복잡해질 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을 제외하고 박경리 선생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지만 여러 곳에서 박경리의 흔적을 만나보았다. 하동에 가면 토지의 배경이 되는 최참판댁을 여러 번 가보았고 원주에서 집필을 했던 곳도 여러 번 방문해보았다. 개인적으로 인생이 행복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던 작가라는 것은 알고 있다. 

오래간만에 올라와서 그런지 몰라도 박경리의 묘소까지는 생각보다 길었다. 박경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쓴 대하소설 토지와 펄벅의 대지는 근대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척박하고 광대한 땅에서 생활하는 중국 농민의 잡초와 같이 끈질긴 모습을 그렸기에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땅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면서 아주 조금의 땅을 공유한다. 대지 공유권이 조금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런지 높은 곳보다는 적당한 높이의 주거공간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드디어 박경리의 묘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자에 따르면 한은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정서가 아니라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근원적 모순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유한성으로 인해 일어나는 슬픔 속에서 인간은 희망을 찾고 미래지향적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영원히 인간이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매일매일을 숙제 풀듯이 하고 있는데 아직 답은 못 찾았다. 

양지바른 곳에 소박하면서도 자리가 좋은 곳에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한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을 삭히고 사랑으로 바꾸어가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그런 세상을 작가는 꿈꾸었다. 그리고 이 곳에 잠들어 있다. 

묘소를 등에 지고 내려다보니 멋들어진 풍광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좋은 말만 하고 행복한 생각만 해도 짧은 시간 속에 남들의 인생에 관여할 여지가 있을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천하의 진리는 한 사람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릇 안(安)의 참된 뜻은 스스로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다. 스스로 편하지 않고 남이 사는 것과 비교하면서 비난하는 것 자체가 불안이다. 왜 스스로가 상황을 만들어서 불안한 삶을 살려고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당신의 삶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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