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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3. 2020

추억이라는 것.

음성의 대실 녹색마을

이번 추석 때 어머니가 분양받아서 이사 가게 될 아파트를 방문해보았다. 방세 개에 화장실이 두 개로 평수가 그렇게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구조로 지어져서 괜찮아 보였다. 게다가 웬만한 가전기기들은 빌트인 되어 있고 전원 관리도 모두 스마트형으로 되어 있어서 매우 편리해 보였다. 그런데 무언가 정감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랜 시간 거주했던 집에서 새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그곳에 아직 추억이 스며들어 있지 않기 때문일까. 아마도 어머니도 만감이 교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 복잡한 도시의 삶과 한적한 농촌의 삶을 균형 있게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여행하듯이 다른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아주 조금씩 그런 추억의 조각들을 채워나갈 수 있다. 언젠가는 완성될 수도 있고 미완의 그림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족하다. 

음성에는 여러 곳의 농촌휴양체험마을이 있는데 대실마을도 그런 곳 중 한 곳이다. 대실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2017년에 완공된 대실마을 문화복지센터도 있다. 총 사업비 총 4억 5000만 원을 들여 삼성면 대야리에 신축한 대실마을 문화복지센터는 대지면적 438㎡, 건축면적 138㎡ 규모로 지난 2016년 12월에 착공해 9개월여 만에 준공된 건물이다. 

실내공간은 이제 자유롭게 방문하기가 쉽지 않으니 그냥 야외를 거닐어본다. 여름이 되면 연꽃이 피는 공간에는 연잎이 가득하다. 이 연잎으로 마을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박이 열리는 터널이다. 흥부전에서  흥부가 제비를 구해준 대가로 박 씨를 얻어 심는 대목이 나오는데, 제비가 겨울을 나는 따뜻한 곳에서 박이 자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덜 익은 박을 잘라 속을 빼버리고 길게 국수처럼 오려 말린 박고지는 반찬으로 쓴다고 했는데 먹어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박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으며, 특히 식물성 칼슘이 풍부해 발육이 늦는 어린이나 아이를 낳은 부인들에게 좋은 영양식품으로 쓰인다고 하니 하나쯤 가져가 볼까. 아니면 박 씨를 심어서 제비를 기다려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옛날에는 초가집 지붕 위에 자라는 박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초가집이 거의 사라지고 없어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든데 그것 역시 추억일 것이다. 

이곳이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가을이어서 온도가 서늘하기는 하지만 태양볕이 생각보다 강렬하다. 신라 편에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가 박에서 나왔다는 기록을 보아 신라 이전부터 널리 심었을 것으로 추측되니 박은 대체 언제부터 우리 생활과 같이 했을까. 

세상을 공부하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깊게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집이 있다는 의미는 그곳에 자신의 영혼이 뿌리내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양택의 문제에서 건물 풍수학을 보면 어떤 건물에 오래 살게 되면 그 건물의 운명이 사람에게 흔러들어 오게 된다고 한다. 사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추억이라는 것은 그렇게 자리 잡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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