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를 말하다
진수 : 논산에 있는 명재고택은 지나가면서 표지판은 몇 번 본 기억이 나요.
교수 : 조선에는 성리학이 모든 학문에 중심에 있었는데 그 중에서 명재 윤증은 학자로서 명성을 떨친 인물 중 한 명이야. 만약 진수한테 고위공무원 자리를 준다면 어떻게 하겠나?
진수 : 저야 마다할 것이 없죠. 고위공무원 안되고 싶은 사람은 있을까요?
교수 : 맞아 대부분의 사람은 그럴거야. 그런데 윤증은 임금이 18번이나 벼슬을 내렸지만 사양하고 초야에 묻혀 살았던 인물인데 초야에 묻혀 살았어도 소론의 중심인물이었던 윤증을 노론이 자꾸 기웃거리자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솟을대문과 담장을 없애버리기도 했던 인물이지.
진수 : 보통 마음가짐으로 안될텐데 특이한 사람이네요. 한국은 고위공무원으로 근무한 것도 모자라 산하기관으로 마음대로 옮기는데 말이죠.
교수 : 남다른 사람이기도 했던 윤증고택에 가보면 한옥에 과학이 접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도 그 유명한 베르누이 원리야.
진수 : 진짜요? 지금의 베르누이 원리겠어요. 짜맞춘거지.
교수 : 진수도 알겠지만 베르누이의 원리란 1738년 베르누이가 발표한 유체역학의 기본법칙인데 유체가 좁은 통로를 흐를 때 속력이 증가하고 넓은 통로를 흐를 때 속력이 감소하는 현상이야.
진수 : 교수님. 저도 고등학교때 배워서 기본은 알고는 있어요.
교수 : 바로 그거야. 지금이야 다양한 분야에서 베르누이의 원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300년도 훨씬 지난 과거의 고택에 만들때부터 그런 현상을 적용해서 만들었던거야. 윤증 고택의 측면을 돌아가보면 여름에는 남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북쪽의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면서 속도가 빨라져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을 피할 수 있게 설계했거든.
진수 : 한옥은 그냥 나무와 황토로 지은 집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냥 만든 것이 아니었네요.
교수 : 그렇지 요즘 지은 어떤 아파트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서 지었다고 볼 수 있어. 게다가 윤증고택에는 또 다른 비밀이 하나 있지.
진수 : 과학이 접목된 것 말고 뭐가 더 있나요?
교수 : 다른 건 아니고 음식이야. 진수도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학교를 다니겠지? 한국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장 맛이야. 한국 음식에는 된장, 고추장, 간장등 이 세 가지를 빼면 음식을 할 수가 없을 정도야. 윤증고택에 내려오는 음식의 비밀에는 300년 전에 만들어진 씨간장에 있어.
진수 : 아니 300년이나 된 것을 묵혀서 먹는다는 건가요?
교수 : 정확하게 말하자면 깨끗한 윤씨 가문의 물과 질 좋은 천일염, 우리땅에서 자라나는 콩으로 만들었다는 그곳의 장맛의 비밀 중 하나는 씨간장을 만들어 매년 장을 담글 때 사용하고 있거든.
진수 : 아하. 그렇군요.
교수 : 고택에서는 직접 담근 장도 판다고 하니 언제 한번 구입해서 먹어봐.
진수 : 어머니한테 말해봐야 되겠어요.
교수 : 그리고 명재고택에 가면 돌로 만든 솟대가 있거든. 보통은 별 의미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그 의미를 생각하며 유심히 봐봐.
진수 : 왜요? 솟대라고 하면 나무로 만든 막대기 위에 새가 앉아 있는 것 아닌가요?
교수 : 맞아. 샤머니즘이지. 솟대의 기원은 먼 지역 시베리아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위대한 신수 앞에 긴 소나무 장대가 있고 그곳에서는 물오리 아홉 마리가 비상하듯이 표현하지. 시베리아 샤먼의 행사를 시작할 때 새의 모양이 있는 옷을 입었어.
진수 : 그냥 옛날 사람들이 잘 되게 해주십쇼 하면서 빌던 미신에 불과한 것이 아닌 모양인가 봅니다.
교수 : 새는 모든 고대돌가의 신화에서 중요한 매개체야. 고구려의 삼족오,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 단군신화에서도 신단과 신수가 결합된 신단수의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통로에 나무가 세워져 있어. 유력가문이나 마을 입구에 세워져 하당신, 상당신, 주신으로도 모셔지기도 했던 의미있는 상징물이며 신앙이야. 게다가 일본은 그 의미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그들의 토착신으로 만들지.
진수 : 일본에도 솟대가 있다는 말인가요?
교수 : 맞아. 일본은 어느 곳에 가더라도 솟대와 비슷할 것을 볼 수 있어.
진수 : 감이 잘 안오는데요.
교수 : 바로 생각이 안날 수도 있지. 가까운 대마도만 가더라도 신사가 참 많은데 그 신사의 입구에 세워져 있는 토리이(鳥居)가 바로 그 것이야. 일본의 탄생과 연결된 전설이 내려온 와타즈미 신사에 가보면 여러개의 토리이(鳥居)가 연결되어 있어.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한반도에서 건너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반도의 오래전부터 내려온 솟대의 의미가 확대된 것이야. 한국의 대부분 솟대가 기둥하나에 새가 앉아 있는 형태라면 일본의 토리이는 솟대를 두개 세우고 조금 더 하늘을 안정적으로 받들고 있는 형태지.
진수 : 설명을 들으니 그렇게 보이네요. 일본은 좋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흡수해서 잘 발전시키는 것 같아요.
교수 : 그들의 가장 큰 장점이야. 아무튼 지금은 잘 알려진 명재고택이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 중에 하나는 바로 소련을 해체시킨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이 방문하면서부터 일거야.
진수 : 태어나기 전에 이야기로 말로만 들었던 소련의 대통령이 그곳까지 갔다니 놀랍네요.
교수 : 윤증에 대해서 더 알아보면 그가 소론의 영수가 된 이유에는 스승이었던 우암 송시열과의 갈등 때문이었어. 아버지 윤선거의 비문 문제로 송시열과 절교한 후 소론의 영수가 된 윤증은 성리학, 양명학, 실학 사상을 연구하기도 했던 진취적인 사람이었지. 원래 그를 가르친 것은 사계 김장생의 아들인 김집이었는데 김집이야기는 나중에 김장생과 김집에 대해서도 들어볼 기회가 있을 것야.
진수 : 소론 영수가 그렇게 탄생했던 거군요.
교수 : 지금 보는 윤증 고택의 흔적이 없어질 위험에도 처했는데 만약 그랬다면 오늘날 명재고택을 만나보지도 못했을거야.
진수 : 진짜요? 누가 어떻게 그랬다는 건가요?
교수 : 아주 먼 과거는 아니고 한국 전쟁때 이 곳 명재고택은 폭격에 휘말릴 위험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그 폭격 명령을 거부한 사람은 바로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박희동(1923~1989) 장군인데 군인이지만 소신에 의해 행동한 것이지. 박희동은 해인사를 폭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김영환 대령의 휘하에 있던 전투기 조종사였는데 좋은 지휘관 아래 괜찮은 지휘관이 성장했던 것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진수 : 들어본 것 같아요. 김영환 대령. 좋은 스승밑에 제대로된 사람이 나오긴 하겠죠.
교수 : 오늘날 공군의 상징이 된 빨간 마후라는 김영환 대령이 전투기 탑승 때마다 빨간 머플러를 매고 다녀, 그것이 널리 유행하게 되면서 공군 조종사의 상징이 된거야.
진수 : 조금은 가슴 뭉클해지는 느낌입니다. 윤증 고택..스토리를 듣고보니 조금 색다르네요. 오늘 좋은 말 잘 들었습니다.
교수 : 자~ 나도 강의 계획서를 짜야 하니 다음에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