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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3. 2016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죄의식

일본 영화 제목을 그대로 한국어로 번역하다 보니 다소 생소한 제목이 되어버렸다. 영화 초반부를 보면 2000년에 개봉했던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더 셀이 연상되었다. 어릴 때 트라우마로 인해 혼수상태에 있는 사람을 고친다는 신경의학적 치료로 몸에는 이상이 없는 사람을 현실로 끌어오는 내용이다. 만화가로서의 압박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하고 이어 혼수상태에 있는 아츠미를 구해내기 위해 고이치는 그녀와 센싱을 하게 된다. 


자신의 의식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대로 그려낼 수 있다. 만화가로서의 압박 때문인지 그녀는 좀처럼 현실을 인정하기  힘들어한다. 그녀의 무의식에서는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어둡다. 만화를 그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그녀를 보면서 고이치는 차츰 현실과 그녀의 의식세계를 혼동하기 시작한다. 


불행(?)하게도 나는 영화 초반부에 트릭을 눈치챘다. 영화 곳곳에 남겨진 단서를 통해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문제 때문에 아츠미가 못 빠져나오는지 알 수 있었다. 아츠미의 의식세계라고 보기에 너무 고이치가 그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하코네 섬으로 이사 간 고이치, 수장룡의 그림, 만화,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적대적인 표정의 아이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모든 사람들은 크고 작은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범죄행위일 수도 있고 범죄행위는 아니지만 자신을 가두는 쇠창살이 될 수 있다. 사람은 강한 존재이다.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의 육체적인 대미지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살아나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은 죄의식에 기반한 트라우마를 다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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