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샛바람 소리길
소리와 실루엣이 일치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형상의 실루엣을 보면 연상되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것을 상상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리와 실루엣은 연동되기도 한다. 거제의 지세포 구조라해수욕장이 자리한 곳에는 샛바람 길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거제를 몇 년 동안 가보았지만 처음 걸어본 길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샛바람 소리길은 숲길로는 거제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이 길은 이름에서 뭔가 품위와 운치를 주는 느낌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제 마을은 사람들이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요즘에는 방문객들을 조심스럽게 받기는 하지만 샛바람 소리길은 마을 사람들이 착안해서 만든 길이라고 한다. 한 여름에만 사람들이 오는 것을 넘어서 '샛바람 소리길' 복원과 '벽화마을' 조성을 해두어서 언제라도 찾아가고 싶은 곳으로 조성을 해두고 있다.
거제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쉽게 바다를 접할 수 있지만 보통 부산이나 울산 등을 제외하고 바다를 일상처럼 보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으니 바다도 좋지만 샛바람 소리길이 어디인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았다. 여행의 실루엣은 삶의 윤곽 드로잉과 그림자를 그리듯이 대충 그려보듯이 떠나도 좋다.
좁은 길 양쪽으로는 무성한 대나무 잎이 하늘을 가려, 조명 없는 대나무터널을 통과하는 느낌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때마침 바람이 잘 부는 섬답게 샛바람이 부는지 대나무 잎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을 수 있었다. 길바닥에도 대나무 잎이 떨어져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싱그럽게 들려오고 있는 길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축제는 모두 취소가 되어서 이곳도 조용하기만 하다. 국화꽃이 피는 가을에 뿐만이 아니라 이 마을에서도 지난해 6월 말 제1회 수국 축제가 열렸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취소되었다.
샛바람 소리 깃을 바로 대나무가 콘셉트이다. 대나무는 바람이 통과되기에 좋은 식물이기도 하다. 패키지여행보다는 소규모로 다니는 여행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여행의 패턴에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으로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걸어서 들어가 본다. '샛바람 소리길'은 폐교된 구조라초등학교 입구와 구조라항 물량장에서 출발점을 시작해볼 수 있다. 샛바람 소리길 초입에 들어서자 파도소리는 바위에 부서지고 시원한 샛바람은 갈매기 날개를 스치는 느낌이다.
샛바람 소리길을 걸어보고 다시 지세포 구조라 해수욕장으로 걸어가 본다. 날이 청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풍광이 앞에 펼쳐져 있다. 샛바람 소리길이 자리한 이 마을 역시 여느 마을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지만 주민 모두 한 마음으로 마을을 가꾸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은 남다르다고 한다. 본 의미의 트레킹(trekking)은 목적지 없는 도보여행,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이었다고 한다.
마을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못했지만 그냥 자리에 앉아서 밀려오는 바다의 파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올해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공간, 밀접한 접촉을 피해야 하는 요즘, 사람 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접촉을 최소화하고 걸으면서 건강을 챙기는 '언택트(Untact: 비접촉, 비대면) 여행'인 걸어보는 트레킹이 확산되고 있다.
작년만 해도 거제도에서는 걷기 대회도 열렸는데 올해는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작년에 거제 섬 엔섬 길 걷기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는 길, 양지암 등 대길, 지세포 해안길, 구조라 샛바람 소리길, 망봉산 둘레길 등 5개 코스에서 동시에 걷기 대회를 했었다. 샛바람 소리길도 당당히 아름다운 거제의 코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