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문화재 제650호 강경 성지성당
얼마 전 한국 반도체 산업의 큰 획을 그은 기업인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한 말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모두 바꾸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유지하는 것은 안전해 보일 수 있지만 변화도 없다. 자신의 삶을 진실되게 믿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사람이 더욱 넓고 충만한 삶을 열망하기 위해서는 진보의 가능성을 믿어야 하며 그러한 신념이 없다면 발전 역시 따라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삶을 믿는 데 있는 것이다.
삶을 믿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항상 불안정해한다. 듀보이스는 유일하게 가능한 죽음이란 인류의 진보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을의 청명함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요즘 날이 흐리다가 다시 맑아지고 있었다.
요즘에 강경을 가면 근대의 문화유산을 알차게 잘 재현해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강경은 논산이라는 도시에 속해 있는 지역이지만 군산과 같은 문화유산을 가진 독립적인 도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경 성지성당은 1946년 논산시 부창동 본당에서 분리되어 설립되었던 곳이다. 김대건 신부가 1945년 ㅈ우국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 등 일행과 함께 라파엘로 강경 황산포 부근에 도착한 것이 한국 천주교회 첫 사목지였다고 한다.
코로나 19가 종교를 믿는 방식도 바꾸어가고 있다. 우리가 다른 존재를 진심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현실부터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전국에 자리한 성지들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했던 사람들의 흔적들이라고 볼 수 있다.
성당 내부를 돌아보고 다시 나와서 주변을 걸어보았다. 사람은 때론 냉혹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행복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고통을 외면하는 길이 있고 다른 하나는 고통과 더불어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전자는 우리를 본질적인 부분에서 사실상 단절시키지만 후자는 전자보다 힘이 들지만 깊이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가능성을 스스로에게 열어준다.
강경 성지성당에는 성 김대건 교육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인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철학자인 듀이는 인류가 결코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할 만큼 환경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변환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 결과 한편으로는 윤리와 종교가 생겨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예술과 기술이 탄생하였다. 가을에 생각하며 돌아본 이 성당은 첨두형 아치보로 내부를 구성하고 현대적 처리가 되어 있는 성당 건축물로 건립 당시의 구조와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존. 활용 여건이 양호하여 현재 등록문화제 650호로 지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