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서양 건축의 조화
전체를 보는 동양과 부분을 보는 서양 건축의 양식은 다르다. 동양은 건축을 할 때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하고 서양은 건축을 할 때 그 자체만을 고려한다. 스페인 등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생각하면 쉽다. 동양 사회의 집합적 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특성은 세거성씨를 만들며 관계를 넓게 종합적으로 보는 시간이 있지만 서양 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특성은 개별 사물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어 분석한다.
코로나 19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자세에서 보듯이 한국사람들의 상당수는 사건이든지 수없이 많은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자신의 생활이 더 중요시되는 서양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자신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어 생각하고 조망한다. 이 땅에 들어온 천주교는 동양의 사상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 초기에는 한옥 건물 속에서 천주교의 교리를 전달하였지만 조상에 대한 생각과의 차이에서 큰 간극이 있었다.
대표적인 여행지이면서 서산의 순교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은 해미순교성지다. 지근거리에 있는 해미읍성에서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하면서 이곳은 내포지역의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한옥에서 유럽식의 건물로 성당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해미순교성지처럼 한옥과 서양식이 절충된 방식을 꾀하기도 했다.
해미순교성지 앞에는 교황이 찾아오면서 교황의 메시지인 사랑, 희망, 소통, 협력, 존중, 평등의 기운을 담아 만들어진 생명의 나무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쿄 교황의 방문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조형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나무에 새겨두었다고 한다.
2020년은 전 세계를 이끌어가는 국가별 리더들의 리더십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리더십에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곳을 찾았던 프란치스크 교황 역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지도자 부문에 이름을 올린 그의 메시지는 지금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코로나 19에 온라인으로 지금도 미사를 올리고 있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 세계의 천주교 신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해미순교성지에 자리한 건축물을 보면 황금비로 지배받는 이상적인 도형인 원과 사각형 속에 딱 맞게 내접해 있는 형상의 일부를 볼 수 있다. 마무리는 한옥의 처마를 상징하는 구조로 마무리를 하였다. 건축 요소의 배열을 지배하는 규칙 사이에 분명한 또는 암시된 체계는 비례다.
해미순교성지의 한편에는 무명자의 집이 재현되어 있다. 안으로 들어오면 알겠지만 서양 건축의 비례나 규칙보다는 자연스러움에 더 큰 비중을 들였다. 대들보에서 벽체를 보아도 그냥 자연스러움의 결과다. 순교(殉敎)는 어느 종교에서 자신이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 속에서 시대정신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이 이 땅에 자리 잡는 그 역사를 볼 수 있다.
군사와 치안을 함께 관장하던 해미 진영(海美鎭營)은 이 지역의 천주교 신자들을 색출하고 처벌하는 임무도 맡았다. 때문에 내포 지역에 있던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가 해미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게 된다. 당시의 천주교 신자들은 왜곡된 유교적 사회 질서로부터 소외된 인간성과 불합리한 현실을 천주 신앙을 통해 극복하고자 하였다.
개개인의 삶의 자유는 중요하다. 그러나 단체가 안전해야 되는 사회적인 합의도 필요하다. 우리는 그 둘이 수없이 충돌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가 잘못해서 불합리한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니만큼 천주교가 본질적으로 나아가려고 했던 이웃의 사랑을 다시 생각해야 될 때다.
받아들인 진리를 증언하고자 목숨 바친 순교자들의 고난의 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오늘도 순례의 길은 이곳 해미순교성지에서 서산 해미읍성 회화나무, 해미읍성 형장 길의 돌다리, 서산 해미성지 무명 생매장 순교자 묘, 해미 진영 서문 밖 순교자들에게 자리개질을 했던 거머리 바위와 순교 현양 비등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