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감곡 매괴성당의 서양 공간
보통 식물을 분류할 때 생물의 분류 기준으로 종(species)-속(genus)-과(family)-목(order)-강(class)-문(pylum, division)-계(kingdom)로 분류를 하게 되는데 일명 종속과목과문계다. 그리스의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는 철학자가 사물을 그 본질에 따라 분류함으로써 자연계의 이상적인 형태에 대한 생각에 도달할 수 있다는 그의 스승 플라톤의 사상을 식물에도 적용했던 것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굳이 서양까지 가지 않아도 서양색이 있는 건축을 만나기 위해서는 성당을 보면 된다.
음성 감곡면에 자리한 감곡 매괴성당 역시 서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동양과 서양의 건축은 완전히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는 다른 종이지만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다면 같은 속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동양의 건축에 비해 서양의 건축물들은 첫인상에서부터 인상적이다. 오래되어 재건축을 하기도 하지만 건축은 언제나 주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게 된다. 무생물처럼 보이지만 쓸모가 있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종교와 철학은 사람의 삶과 연관이 있다.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그 영향은 연관될 수밖에 없다. 건축은 가장 느리게 변화하는데 여러 문화적인 결과물 중에서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벽돌식으로 지어진 감곡 매괴성당은 서양의 건축물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강철, 콘크리트, 엘리베이터는 현대의 건축을 모조리 바꾸어버렸다.
아치형 입구와 벽돌로 만들어진 성당의 건축물은 동양과 서양 건축물의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서양의 건축물은 비례의 중요성을 가지고 만들어진다. 서양의 기하학적 빈 공간은 수학적이면서 위치와 공간의 배열을 기하학적으로 본다. 우주를 움직이는 절대적인 수학적 규칙에서 영원성이 있는 서양 문화의 특성이 스며들어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성부, 성자, 성령이라는 세 개의 다른 존재가 하나의 하나님이라는 삼위일체의 교리를 가지고 있다. 주요 공간의 평면에 두 개나 네 개가 아닌 세 개의 원을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7이라는 숫자는 기독교 문화에서 하나님이 주신 숫자로 알려져 있는 숫자다.
음성의 감곡 매괴성당을 거닐면서 이 공간에 자리한 건물들을 살펴보면서 다양한 기하학적 규칙들을 살펴본다. 서양에서는 건축 공간의 문제 해결을 기하학적인 측면에서 풀어 나가려 했기 때문에 때론 복잡한 문양을 만들기도 한다.
감곡 매괴성당에서 나와 아래쪽으로 걸어서 내려가면 다분히 동양적인 느낌의 거리가 나온다. 벽화로 그려져 있는 이곳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식물을 구분하는 것처럼 사람의 삶도 그렇게 분류할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행태는 그렇게 정확하고 단순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