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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31. 2020

행복의 심리학

아도화상이 세운 도리사

행복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어디에 귀의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돈에 집착하는 것은 돈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본질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 수중에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옮겨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돈이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기에 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된다. 그런 대상에게 행복이라는 것이 머무르려고 할까. 

몸과 마음이 함께한다고 생각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먹을 수 있고 갈 수 있는 곳을 아무렇지 않게 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약간의 경제적인 기반만으로도 행복함은 느낄 수 있다. 자연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가져다주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점에서 자연의 유익함을 의심하지 않는다. 

구미의 도리사라는 사찰은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라의 최초의 사찰이라는 의미도 있다. 물론 현재의 도리사는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그 사찰이 아니다. “고기에 말하였다. 법사가 처음 모록(毛祿)의 집에 왔을 때 천지가 진동하였다. 그때 사람들은 승이란 명칭을 알지 못했으므로 아두삼마(阿頭彡麽)라 했다.”

본래의 도리사는 폐사되었고, 후대에 도리사의 부속 암자였던 금당암을 중심으로 하여 중창한 절이 현재의 도리사라고 한다. 

우리가 가진 것이나 돈은 불확실한 세상에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생산한다는 특성으로 인해 유일무이한 불변자는 바로 자연이다.  

솟아오르는 해의 사이사이에 물들어가는 나무와 그 아래에 피어 있는 꽃들과 바위들, 그것은 언제까지나 변화를 멈추지 않는 진귀한 풍경중 하나였다. 아도화상이 산속을 걷다가 바로 이곳에서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활짝 핀 것을 발견하고 이곳에 사찰을 세웠다고 한다. 

도리사 석탑 남쪽의 비탈진 송림에 아도화상 사적비가 있는데 자연 암석을 대석으로 삼고 그 위에 직사각형의 구멍을 파서 세웠다고 한다. 꾸준한 걷기는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힘을 신체를 통해 이끌어내게 하고 아울러 명확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베를린의 철학자 빌헬름 슈미트는 말하기도 했다.

계단을 통해서 올라와보니 아도화상을 상으로 만들어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미륵이나 부처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존재했던 사람을 상으로 만든 것은 오래간만에 본다. 그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일부 기록으로만 볼 수 있지만 그 모습이 남달라 보인다.  

아도화상을 만나고 다시 도리사의 경내를 내려다보았다. 도리사에는 도리사 석탑,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 진신사리, 아도화상 사적비, 도리사 불량답시주질비, 도리사 극락전, 도리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아도화상 좌선대 등이 남아 있다. 

다시 내려와 경내를 돌아보는데 일반적인 사찰의 건물과 달리 고택과 같은 모습의 건물이 특이해 보였다. 

 벽돌로 쌓은 전탑이나 모전석탑의 계열에 가까운 저 석탑은 붕돌이 없고 네모진 돌탑 모양을 하고 있어서 석탑 양식이 정착되기 전의 시원적 탑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도리사 석탑은 현지에서 화엄석탑이라 호칭하는데 확실한 근거는 알 수 없고 구전에 의하고 있다. 

후덕해 보이는 몸에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말은 없지만 "마치 젊음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또한 얼마나 빨리 사라져 버리는가. 행복하고자 하면. 행복하시오. 내일을 기약하는 것은 없나니."라고 카니발 가사를 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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