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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4. 2016

살(Life) 집 vs 팔(Sell) 집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집 한 채

박정희 때 만들어진 선분양제는 아직까지 바뀌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과연 정책만의 문제일까? 사람들의 욕심과 맞물려서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비싼 값을 주고 사는 집의 실물을 보지도 않고 구매한다. 그렇기에 종종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사람들은 절대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델하우스는 철저하게 건설회사 입장에서 계산되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이다. 그리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온갖 편의시설을 홍보용으로 사용한다. 지하철이 놓인다던가 대형마트 혹은 학교가 들어오고 도로가 뚫린다는 등의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떠든다. 그 아파트를 미리 구입하는 사람들은 해당 관청에 확인해보면 적어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인해보지 않는다. 건설업체는 아파트를 팔기 위해서라면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 


입주하고 나서 가격이 떨어지면 나와서 데모를 한다. 자신의 욕심에 의해 구입을 해놓고 나서 이제는 억울하다는 식이다. 살기 위한 아파트라고 주장 하지만 마음속에는 팔기 좋은 상품으로도 생각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 상품이란 것은 어떤 것인가. 안 팔리면 세일하는 것이 상품이다. 팔리지 않으면 적어도 본전이라도 건지기 위해 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 기업이다. 상품은 보지도 않은 채 구입해놓고 나중에 지어지고 난 다음에 하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선분양은 기업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욕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이다. 아파트를 사는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거주하지만 팔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기대감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이 굳이 그걸 손댈 필요가 없다. 건설업체는 자신의 돈은 아주 조금 들이면서 사람들의 돈을 모아 상품을 만든다. 무슨 소셜 펀딩 프로젝트도 아니고 사회적으로 유의미하지도 않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직장이나 살고 있는 거주지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같은 도시 안에서 2년 혹은 4년마다 이사 가는 것은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전세나 월세로 사는 사람들도 아니고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이 짧은 시간 거주하다가 팔고 이사 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즉 시세차익을 보려고 하는 케이스가 많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이라면 주거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나 지자체는 공공임대주택 같은 비율을 높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을 높이는데 소극적인 것은 국민들 대다수가 그걸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이 되면 아파트는 더 이상 투자의 수단이 될 수가 없다. 월세 가격은 안정이 되고 집값은 아주 천천히 올라가던지 그냥 그 가격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선분양으로 구입한 아파트에서 시세차익을 보는 것이 과거의 사례로만 기억된다. 


사는 공간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떴다방이나 청약통장 사고팔기, 분양권 전매, 남의 명의로 아파트 구입 등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난다. 결국 원래의 가치보다 훨씬 높아진 가치를 누군가가 지불해야 한다. 그냥 살기 위한 집 한 채를 바라는 사람들은 계속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나간다. 사회 공동체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나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닌 같이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팔(Sell) 집이 아닌 살(Life) 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져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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