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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4. 2016

가야금의 장인

한국인의 소리를 만드는 손

우륵이 중국의 전통 악기인 징을 본떠 만든 가야금은 한국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 중 하나다. 한국 사람들은 모두 가야금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가야금 연주는 고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가야금 이 주목받은 것은 배우인 이하늬가 모 연예프로에 나와 연주하면서 잠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대중적인 가야금 연주곡으로 많이 알려진 아티스트는 숙명가야금 연주단이다. 그들의 연주는 전통  국악이라기보다 재해석을 거친 대중적인 음악에 가깝다. 


취재를 하면서 국악이나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가야금이 여성적이라고 생각되어질 수도 있지만 남자가 연주할 때 더 디테일하고 더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것이다. 보통 왕산악이 만든 거문고가 남자의 악기이고 우륵이 만든 가야금이 여성의 악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거문고로 연주하는 음악을 들어보면 가야금에 비해 선이 굵고 중후한 것이 사실이지만 가야금 역시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선이 굵은 음악의 연주도 가능하다.  


경북 고령에 가면 우륵 박물관이 있는데 이곳에는 가야금을 만드는 김동환 중요 무형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가야금을 만든 우륵은 두 나라에 자신의 음악을 전수했다. 우륵이 가야금을 만든 것은 가야국의 가실왕 때였는데 이후 가야국 말기에는 신라 진흥왕에게 투항하여 자신의 음악을 전수하였다. 우륵이 12곡을 지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지은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내려오는 지방 민요를 각색하여 만든 것으로 추정되어진다. 


가야고, 가얏고로도 불리었던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만든다. 보급형 가야금의 경우 30만 원대이지만 장인이 정성을 들여 최고의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은 천만 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가야금의 소리를 결정하는 오동나무는 25년 이상된 오동나무를 벤 다음 건조를 시작한다. 건조하는 데만도 5년이 넘게 걸리는데 긴 시간 건조하여야 오동나무의 섬유질이 제거되어 가야금 소리의 변화도 없고 비틀림도 방지된다. 어렇게 건조되고 있는 오동나무 중에 연주용 가야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약 10%에 불과하다. 


만들어진 가야금의 줄을 뜯어보았는데 맑게 울리는 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가야금의 매력은 기타나 바이올린이 낼 수 없는 추성(음을 밀어 올리는),  퇴성(흘러내리는), 전성(구르는)의 독특함에 있다. 보통 산조에서 빠른 가락을 연주하기 위해 두 줄을 긁기도 하고 끊어 타는 법, 막아 타는 법, 배음 내는 법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가야금의 맑고 우아한 소리는 아악과 민속악뿐만이 아니라 현대적인 노래에도 제법 잘 어울린다. 


가야금의 가능성은 최근 미국에서 가야금으로 연주한 '부두 차일드' 동영상으로 다시 증명되었다. 부두 차일드는 20세기 최고 기타리스트라는 지미 헨드릭스의 기타곡이다. 우륵이 1,500년 전에 만들어낸 가야금은 그 어떤 현대 악기보다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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