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아사나 (Savasana)

헐렸지만 남아 있는 팔성리고가

사람의 생명은 언젠가는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것조차 사람들은 항상 고민한다. 요가에서 마지막에 하는 시체 자세를 시바아사나라고 부른다. 몸에 힘을 완전히 빼고 등을 바닥애 대고 누워서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데 작용이 없는 상태에서 반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 스스로가 주의 깊은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내부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오래된 집에 가면 차분히 가라앉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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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그 분위기 속에 남다른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오래간만에 음성의 팔성리 고가를 찾아가 보았다. 해가 거의 넘어가고 있는 때여서 분위기는 다른 때보다 차분하게 느껴졌다. 고을의 전통적인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모습과 사라진 자취의 일부분을 상상력으로 이곳이 어떠했음을 그려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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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성리 고가가 자리한 곳의 대지는 상당히 넓은 편이어서 이곳에 있었던 여러 건물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 고을[郡縣]의 규모는 조선 초기에는 5개의 호(戶)로 통(統)을 구성하고 다시 5개의 통(統)으로 리(里)를 구성하고 3~4개의 리(里)로 면(面)을 구성한다고 되어있었으니 팔성리고가도 적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고택이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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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잎이 모두 떨구어진 팔성리고가는 1930년대 지은 건물로 원래는 넓은 대지에 사랑채 등이 갖추어져 있었으나 지금은 안채만이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한채만 남아 있는 이 고가는 비록 건립 연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1930년대의 전통적인 주거양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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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구성은 홑처마 팔작지붕이며 평면은 2줄의 겹집으로 중앙에 대청마루를 두고 양쪽의 온돌 마루를 놓았으며 앞쪽으로도 바닥을 높인 툇마루 1칸을 설치해두었다. 다른 건물들이 없어서 조금은 많이 넉넉한 모습이지만 양반가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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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고 누군가 살았음을 추정해볼 수는 있지만 지금은 조용하기만 하다. 처음에 요가를 할 때는 시체자세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냥 편히 쉬는 구나정도로만 인식했었다. 물론 요가강사들도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일상적으로 살 때의 에너지는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 허비되지만 시체 자세에서 에너지는 몸과 정신을 집중하는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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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성리고가의 주변을 돌아보면 옛날에 사용했을 주춧돌이나 쓰임을 알 수 없는 돌들도 보인다. 지금은 이렇게 한적한 곳에 잠들어 있지만 언젠가는 쓰임새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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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전통가옥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받는 팔성리고가는 1985년 12월 28일 충청북도 문화재자료 제3호로 지정된 이후 1991년에 지붕을 비롯한 수장, 목재 등에 대한 보수공사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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