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의 전통시장과 김장
예로부터 수확하는 것이 넘치고 풍요로우면 음식의 맛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충분히 먹고도 남으니 그걸로 더 맛있는 것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자연스러운 욕구이기도 하다. 백제의 문화가 디테일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은 호남평야가 백제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술도 먹고살만해야 할 수 있고 음식의 맛도 먹고살만해야 더 맛이 좋아진다. 전라도의 음식이 맛이 좋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전라도에서 지평선을 만나볼 수 있는 평야가 자리한 곳은 바로 김제다.
농업을 주생활로 하는 이 지방에는 농경문화 속에서 이루어진 벽골제의 쌍룡놀이와 풍년을 비는 마을당제 때 행하는 선돌 줄다리기가 김제에 내려오고 있다. 동제로는 부량면 대장마을 당산제, 봉황면 난봉리 당산제, 금구면 선암리 유령 당산제, 금산면 금산리 산신제 등이 있는데 이런 제사를 할 때도 음식이 빠지지 않는다.
김제에 가면 시의 중심지역에 김제 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농산물이다. 땅이 넓고 논과 밭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농산물이 많이 재배가 될 수밖에 없다. 백산면·만경읍·용지면에서는 무·고추·수박 등이 생산되며 시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논이어서, 농가 1호당 경지면적이 2.2ha로 영농규모가 상당히 크다.
가을에 먹으면 더 맛있는 것이 무다. 김제에서는 무도 많이 생산되는데 특이하게 김제에는 무 비빔밥도 지역음식으로 내놓기도 한다. 무생채를 중심으로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 음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단연 배추고, 그다음으로 많이 먹는 채소는 양파와 바로 이 무다.
가을무는 달고 단단해서 담그면 오래도록 반찬으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는 독특하게 톡 쏘는 맛이 있는데, 이것은 무에 함유된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파괴됐을 때, 글루코사이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티오시아네이트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분리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이 특징이다.
열무, 파김치, 미나리, 쪽파 등등 우리가 보통 먹는 것이 풍요롭게 시장의 어느 곳을 보아도 만나볼 수 있다.
11월 김제의 어느 곳을 가봐도 무르익어가는 배추를 만나볼 수 있다. 태풍과 긴 장마로 한때 포기당 1만 원이 넘었던 배추 가격은 현재 2000원대로 떨어졌다. 1인 가구 증가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맞춰 ‘김장 키트’까지 등장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음식을 할 수가 있으면 삶의 만족감은 더 커질 수가 있다.
김제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젓갈들도 있는데 젓갈은 배추와 무라는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드는 조연이다. 조연이 없으면 주연이 빛이 나기가 힘들듯이 젓갈이나 액젓의 특성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수산물 요리에 있어 약방의 감초같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새우지만 절임음식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새우다. 새우는 칼슘과 타우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고혈압 예방과 성장 발육에 효과적인데 때마다 잡히는 새우는 오젓, 육젓, 추젓 등으로 불리며 각기 다른 맛을 낸다. 젓갈은 올해 잡힌 것으로 염장한 것과 1년 전, 2년 전, 3년 전 모두 다른 맛을 낸다.
김치는 계량화해서 만드는 것보다는 감각으로 만드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더 맛이 좋다. 김장에 쓰이는 재료들을 보면 각기 개성이 너무나 강하다. 마늘, 생강, 파, 고춧가루, 생강, 젓갈등은 모두 개별적으로 보면 톡톡 튀어서 하나씩 먹기가 쉽지 않다. 이런 재료들이 모여서 상생의 타협점을 찾아서 발효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김치의 맛이기도 하다. 다 같이 모여하는 김장이 사라지는 풍경이지만 김제의 전통시장에 가보면 그 풍경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