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밀당

단풍 끝물의 서산 문수사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봄이나 여름에 핀 꽃으로 인해 열매가 나오게 된다. 꽃이 활짝 피기 전까지 꽃잎은 봉오리를 이뤄 안의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을 감싸고 또 꽃가루받이 확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해법이 곧 피보나치수이다. 수학자가 아니면 피보나치수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자연 속에서 피보나치수는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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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밀어버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 밀당을 위해 서산에 자리한 문수사를 찾았다. 경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들어오라는 말에 코로나 19 시대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창건 연대 및 창건자는 미상이나 가람의 배치 등으로 미루어보아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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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을의 단풍이 아름답게 남아 있는 곳이다. 고려 말에 창건된 문수사 극락보전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극락보전은 조각수법이 수려하고 웅장할 뿐 아니라 많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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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나치수는 피보나치라는 단위 분수의 대가가 만들었다. 그가 수학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바로 토끼 문제다. 토끼가 처음에는 한상이 있었는데 한 달이 끝나갈 무렵 한쌍을 생산하면 두 쌍이 생기게 된다. 이 수를 표현하면 1,2,3,5,8,13,21,34,55,89,144,233... 이 수열 속에서 3 이후의 숫자는 바로 앞전의 두 숫자의 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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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자리하듯이 있는 사찰을 가보면 자연 속의 수를 접할 때가 있다. 봄에는 왕벚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만 올라오는 길목에 단풍나무의 색감이 좋은 곳이 서산 문수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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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문수사에서는 고려 복식으로 불복장물 출토 답호 '삼제도회' 소재가 있다. 충렬왕은 원에서 귀국시 변발 호복으로 귀국 하였으며, 원과 교류당시 고려인들은 충렬왕 4년 법으로 제정, 관직자의 상복(常服) 및 평서민 의 발양 및 관모를 몽고식으로 바꾸었다. 문수사 금동여래 좌상의 불복장물로 출토되었고, 현재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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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숫자나 수열 같은 것을 알지 못해도 문수사가 괜찮은 분위기의 사찰이라는 것은 와보면 알 수가 있다. 사찰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만큼은 충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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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문수사의 경내에는 백일홍이 멋들어지게 자리하고 있다. 여름에 이곳에 오면 아름답게 피어난 배롱나무의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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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대봉감을 깎아서 매달아두었다. 곶감 빼먹듯이 먹는다는 말은 문수사에 와서 곶감을 먹는다는 의미일까.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며 빨간색과 주황색의 단풍이 나풀거리는 좋은 날, 마음 한구석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흔적이 생각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에 와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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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에 보면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참사람의 향기는 사방으로 널리 퍼진다고 한다. 환한 웃음 짓는 얼굴이 참다운 모습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미묘한 향이 머무르게 된다. 스치듯이 찰나의 인연 속에 그들을 몸과 말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난다면 가을 밀당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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