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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0. 2020

가을 밀당

단풍 끝물의 서산 문수사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봄이나 여름에 핀 꽃으로 인해 열매가 나오게 된다. 꽃이 활짝 피기 전까지 꽃잎은 봉오리를 이뤄 안의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을 감싸고 또 꽃가루받이 확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해법이 곧 피보나치수이다. 수학자가 아니면 피보나치수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자연 속에서 피보나치수는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을 한다. 

가을을 밀어버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 가을 밀당을 위해 서산에 자리한 문수사를 찾았다. 경내에서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들어오라는 말에 코로나 19 시대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창건 연대 및 창건자는 미상이나 가람의 배치 등으로 미루어보아 고려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가을의 단풍이 아름답게 남아 있는 곳이다. 고려 말에 창건된 문수사 극락보전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극락보전은 조각수법이 수려하고 웅장할 뿐 아니라 많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피보나치수는 피보나치라는 단위 분수의 대가가 만들었다. 그가 수학계에서 유명해진 것은 바로 토끼 문제다. 토끼가 처음에는 한상이 있었는데 한 달이 끝나갈 무렵 한쌍을 생산하면 두 쌍이 생기게 된다. 이 수를 표현하면 1,2,3,5,8,13,21,34,55,89,144,233... 이 수열 속에서 3 이후의 숫자는 바로 앞전의 두 숫자의 합이 된다. 

자연 속에 자리하듯이 있는 사찰을 가보면 자연 속의 수를 접할 때가 있다. 봄에는 왕벚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지만 올라오는 길목에 단풍나무의 색감이 좋은 곳이 서산 문수사이기도 하다. 

서산 문수사에서는 고려 복식으로 불복장물 출토 답호 '삼제도회' 소재가 있다. 충렬왕은 원에서 귀국시 변발 호복으로 귀국 하였으며, 원과 교류당시 고려인들은 충렬왕 4년 법으로 제정, 관직자의 상복(常服) 및 평서민 의 발양 및 관모를 몽고식으로 바꾸었다.  문수사 금동여래 좌상의 불복장물로 출토되었고, 현재 동국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다.

복잡한 숫자나 수열 같은 것을 알지 못해도 문수사가 괜찮은 분위기의 사찰이라는 것은 와보면 알 수가 있다. 사찰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분위기만큼은 충만한 곳이다. 

서산 문수사의 경내에는 백일홍이 멋들어지게 자리하고 있다. 여름에 이곳에 오면 아름답게 피어난 배롱나무의 꽃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잘 익은 대봉감을 깎아서 매달아두었다. 곶감 빼먹듯이 먹는다는 말은 문수사에 와서 곶감을 먹는다는 의미일까. 가을비가 오락가락하며 빨간색과 주황색의 단풍이 나풀거리는 좋은 날, 마음 한구석 지울 수 없는 추억의 흔적이 생각나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에 와보면 좋다. 

법구경에 보면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하지만 참사람의 향기는 사방으로 널리 퍼진다고 한다. 환한 웃음 짓는 얼굴이 참다운 모습이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에 미묘한 향이 머무르게 된다. 스치듯이 찰나의 인연 속에 그들을 몸과 말의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만난다면 가을 밀당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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