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Nov 21. 2020

현자 (賢者)

논산 이현동의 조정서원

브라흐마나라는 힌두교 성전의 해설서에 보면 "깨닫는 자에게는 날개가 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살다 보면 때론 두 발이 아닌 한 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할 때가 있다. 요가에서는 이 자세를 독수리 자세라고 하는데 신체적 집중은 정신적 집중을 불러오며 자신의 시선과 생각을 고정하면서 독수리의 예리함을 배우는 것이다. 요즘처럼 여러 가지 이슈와 함께 코로나 19등의 상황 속에서는 예리함이 필요하다. 논산에 조정서원은 이현동의 덕행을 추모하며 세워진 곳이다. 

율곡 이이는 이현동의 숨은 절개가 살았을 때나 매 한가지니 내가 공경하고 사모한다 하였다고 한다. 이이나 이황 역시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데 동양적인 수련을 했다고 한다. 부엉이나 독수리의 뛰어난 시력은 사물을 실제 모습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을 상징한다. 논산의 한적한 곳에 자리한 조정서원에는 석상이 세워져 있는데 현자를 상징하는 것 같아 가끔씩 찾아가 본다. 

이방원(李芳遠: 뒤의 태종)의 형이며 태조의 셋째 아들이고, 신의왕후 한 씨(神懿王后 韓氏)의 소생인 이방의는 이성계(李成桂)의 왕자 가운데에서 가장 야심이 적어 아우 이방간과 이방원의 왕위 계승 싸움에 중립을 지켰기에 왕자의 난에서 무사했다. 이곳에 모셔진 이현동이 그의 증손자다. 천성이 어질고 착하여 왕손의 몸일지라도 부귀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비에 새겨져 있는 한자의 기세가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약하지도 않으며 친근한 느낌이다. 이현동은 단종이 왕위를 빼앗겼을 때 탄식하고 울면서 “귀로 차마 들을 수 없고, 입으로 차마 간할 수 없고,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다.”라고 하였으니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성삼문과도 생각을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시끄러운 조정의 일에 간섭하지 않고 연산 조령(鳥嶺)에 은퇴하여 살며, 평생을 북쪽으로 향해 앉지 않고 자녀들에게도 벼슬하지 말도록 경계했다고 한다. 

요가에서 달은 여성적 원리와 관련 있는데 아르다 찬드라아사나(Ardha Chandrasana)는 반달 자세로 하루에도 여러번 변화무쌍한 순간을 맞을 때 이 자세는 안정감을 찾게 해준다. 요즘에는 계절이 바뀌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완전히 무르익은 가을 분위기 속에 한적한 조정서원의 주변을 걸어본다. 

조정서원은 충청남도 논산시 가야곡면에 있다. 1996년 12월 30일 논산시의 향토문화유산 제23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현동은 이곳 말고도 논산의 충곡 서원에도 배향되어 있다. 

요즘에는 사람을 만나고 식사를 하는 것도 조심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 겨울이 오면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확산이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 않다. 이런 때는 조금 더 집을 꾸미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맹자는 옛날 사람들이 벼슬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또한 올바른 방법을 따르지 않는 것도 싫어했다고 말했다. 올바른 방법을 따르지 않고 벼슬길에 나아가는 것은 담 구멍을 뚫고 서로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는 그의 가르침을 이현동은 따랐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건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