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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3. 2020

국사 (國師)

칠곡 선봉사 대각국사비

누군가를 인도하거나 가르치거나 하는 일은 스스로를 다스리고 끊임없는 수련과 오래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종교적인 차원에서 누군가를 인도한다고 하지만 그 내면의 채움이나 배움이 너무나 부실한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선봉사 대각국사비를 찾아가는 길에서 그런 경험을 잠깐 했었다. 거친 몸싸움에 굳이 붙잡는 몹시 불쾌한 경험으로 인하여 사찰과 관련된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나 신라불교 초전지에 대한 질문을 했었다. 인도의 명승 마라난타 존자가 영광의 법성포로 들어와 불법을 전하고 불갑사를 개창하여 백제 불교가 시작되었된 것이나 아도화상에 의해 구미에 신라불교가 최초로 전파된 것을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데 수련과 배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주역을 아냐고 되물었다. 안다고 하면서도 기본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코로나 19 마스크도 끼지 않고 얼굴을 들이대며 입으로 부는 무도함까지 가진 사람이었다. 결국 경찰을 부르고 나서야 무사히(?) 빠져나올  있었다.

칠곡에 자리한 선봉사 대각국사비를 찾아가는 길에 단감과 관련된 문구가 보인다. 칠곡이 단감으로 유명했던 곳이었나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칠곡 단감은 어떤 맛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쯤 바구니에 담아서 먹어도 좋을 듯하다.

임금의 스승이라고 하면 당대 최고의 지식인을 의미했다. 조선시대도 그랬지만 고려와 통일신라시대에도 역시 그러했다. 고려와 통일신라시대에는 국사라고 하면 불교와 관련된 인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신라에서 불교계를 관리하는 승관의 우두머리에게 국통이라는 칭호를 주었는데, 고구려 출신의 혜량(惠亮)이 그 효시다.

산을 오르고 올라 가보면 칠곡 선봉사 대각국사비를 만나볼 수 있다. 대각국사는 앞서 말한  국사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로는 신라시대의 무염과 고려시대의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 보조국사 지눌, 진각국사 혜심, 원증국사 보우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국사나 왕사의 선정은 초기에는 정치적·경제적 이해보다는 개인적인 신망이나 덕성 등에 의하여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실정치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지만 현실정치와 연결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산의 중턱에서 칠곡군 문화재 분포도를 보게 될지 몰랐지만 한눈에 칠곡지역의 다양한 유물과 유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가본 곳도 있고 코로나 19로 인해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있다.

칠곡 노석리 마애불상군이나 칠곡 묘향사 소장 신중도, 칠곡 금곡사 석조여래좌상, 위봉사 석조보살좌상, 칠곡 선봉사 대각국사 비등은 모두 불교와 관련된 흔적들이다.

국사는 살아 있는 사람을 책봉하는 경우와 죽은 사람을 책봉하는 2가지 경우가 있었는데, 대개 왕사가 죽을 경우 국사로 추봉 된다. 대각국사 의천은 총명하고 슬기로워 불교의 이치에 능통하였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법문의 중장이라 하였으며 대장경과 아울러 불교에 관한 여러 저술들을 모아 새로이 교장을 간행하였던 사람이다.

대각국사비는 칠곡에 있지만 그의 진영은 순천에 자리하고 있다. 천태종을 세워 교단의 통일과 국가의 발전을 도모했던 대각국사 의천은 영롱한 눈매, 듬직한 주먹코, 꽉 다문 입, 여기에 이마와 입가의 주름살을 그려, 학식과 수행이 높은 경지에 이르렀던 초로의 고승의 풍모가 초상화로 남아 있다.

이 비는 대각국사 의천을 기리기 위해 고려 인종 10년(1132)에 비문을 짓고 인종 15년(1137)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비석의 앞면에는 의천의 생애와 송나라 유학 시기의 구법 활동, 천태교를 확립하기까지의 내용이 새겨져 있다. 비의 윗부분에는 덩굴 문양이 새겨진 지붕돌을 얹어두었다. 비문은 문장가 임존이 지었으며 덕린이 쓰고 대지와 덕천이 새겼다고 한다.

신라의 경우 헌안왕 이전에는 모두 교종에서 국사가 배출되었는 데 반하여 그 이후로부터 고려 광종대에 이르기까지는 모두 선종에서 배출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앞서 말한 사연은 이 작은 사찰과 관련된 사람은 아니다. 작은 사찰이지만 대각국사비가 있어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여느 종교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합장 자세다. 합장 자세는 겸손의 표현이기도 하다. 요가에서도 합장 자세가 있는데 이는 자아를 내려놓는 연습이며 크리슈나마차라야에서는 합장 자세는 역정 깨달음을 향한 의지의 발전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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