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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9. 2020

시대변화

지사, 시인, 역사학자 매천의 광양향교

2020년과 2021년의 변화를 생각하고 살펴보고 있다. 개개인의 의지를 넘어서 정부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빈부의 격차는 훨씬 심해질 것이고 미국 연준이 단 3개월 동안 풀어놓은 돈이 실물경제가 현실을 뒷받침하지 않아도 주식을 밀어 올리고 숫자가 붙어 있는 자산 대부분은 오르게 될 것이다. 문제는 올해와 내년에 사용하지 못했던 돈이 풀리게 될 2022년 이후가 되면 인플레의 기미가 보이고 빈부의 격차뿐만이 아니라 노동으로 벌 수 있는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진다. 언론에서는 열심히 떠들겠지만 사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특히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40~50대에게 지원할만한 정책은 없거나 무의미할 뿐이다. 

한 곳에만 머물기보다는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스스로와 대화와 생각하는 시간 속에 변화가 보인다. 산업도시이며 매천 황현이 태어났던 전남의 광양이라는 도시로 찾아가 보았다. 전국의 지역을 가보면 기업이나 조선업 등 경제적으로 기반이 되어 있는 곳과 소상공인이나 관광 등으로 버티는 기업과는 쓸 수 있는 지자체의 예산 자체가 다르다. 

금호동에 세계 최대 규모의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이후 공업도시로 성장하였고, 태인동의 산업단지와 도이동의 광양항이 설립되면서 산업도시로 자리 잡은 특징의 광양시는 산업과 관광자원이 공존하는 곳이다. 광양시에 자리하고 있는 광양향교에는 1910년 8월, 고종황제는 조칙을 내려 정식으로 한일합방을 내렸을 때 스스로 목숨을 거둔 매천 황현의 이야기가 있다. 

이른 아침 매천 황현을 생각해보기 위해 광양향교로 발길을 했다. 그는 전통 유학자의 삶을 살았지만 1894년 동학농민전쟁 이후 세상이 변하는 것을 생각해서 서양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때보다 시대변화의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지러워진 것과 성한 시대와 쇠망한 시대의 자취와 서양의 이용후생의 기술에 마음을 쏟아 나라의 어려움을 구하려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미 큰 물결처럼 변해가는 시대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명륜당·풍화루·동재·서재·상재(上齋)·재실·신문(神門)·창고 등이 있는 광양향교는 1443년(세종 25)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의 유학 교육과 지방민의 교화를 위해 창건되었다. 비교적 원형도 잘 보존되어 있고 규모가 작지도 않은 곳이다. 

입문과 출문만 간략하게 표시된 곳과 달리 광양향교는 조금 다르게 표현해두었다. 안으로 들어가 본다. 매천 황현의 흔적을 보면 이해관계가 아닌 전체적으로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의 싸움, 왕의 나약함, 외세를 업은 개화파, 모든 선비의 비리를 남김없이 꾸짖었다. 깨인 한 사람의 행동으로만 바꿀 수는 없다. 시대가 빨리 변화할 때는 더욱더 멈추고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613년 군수 남내원(南來爰)이 지방유림과 협력하여 대성전을 먼저 중건하고 연차적으로 복원공사를 하였는데 특이하게 명륜당과 외삼문의 기능도 갖고 있는 풍화루는 동재·서재의 중앙을 지나는 남동향의 축배 치를 이루고 있다.

 매천 황현은 세종 때 정승을 지낸 명재상 황희의 후손으로 인조반정 이후 몰락하여 호남지방으로 낙향하며 대를 이어가며 살은 장수황 씨의 후손이다. 

1883년에 고종 임금은 인재를 널리 구하기 위해 보거과(保擧科)를 보인다고 공포했을 때 시관이 그의 글 솜씨를 보고 1등으로 합격시켰다가 그가 호남의 촌 선비라는 것을 알고는 2등으로 바꾸어버렸으며 결국 등급이 더 떨어졌다.  서울의 몇몇 세도가 출신이 아니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과거에 합격시키지 않았기에 생긴 일이었다. 

지금도 그를 기리며 전국 매천 서예공모전을 광양향교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의 작품 접수는 12월 1일부터 3일까지다. 올해도 많이 바뀌었지만 내년과 내후년은 참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하다. '풍화루중건상량문’에 나오는 ‘향중의 풍속이 이로부터 크게 떨치니, 유교의 교화가 크게 흥하도다.라는 풍화루의 의미처럼 변화와 교화가 적당하게 어우러져야 미래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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