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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0. 2020

설레는 풍경

옥천 용암사로의 산행

사람의 시각은 외부 세계를 인식하는 데 사용이 되는데 3차원의 공간을 완전히 인식할 수 없고 2차원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은 초당 2백여 장의 그림을 연산하는데 이를 통해 전에 본 장면을 조합하는 기억력으로 3차원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공간의 깊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물체가 필요하다. 물체가 있어야 빛을 반사해서 우리 눈이 비어 있는 공간을 의식하게 되고 풍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장령산은 옥천을 대표하는 산으로 산자락에는 장령산 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있다. 그 건너편으로 오면 용암사가 있는데 이곳은 올해 여름이 시작했을 때 오고 겨울에 올라가 보았다. 이곳은 매년 새해맞이 행사가 개최되는 곳으로 올해 1월 1일 새해맞이 행사가 있었지만 2021년 1월 1일에는 행사가 없을 듯하다.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되면 뇌는 자연스럽게 변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실제로 뇌의 근육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기적으로 동작하는 뇌세포의 활성화가 된다고 한다. 요즘에는 집에서 간단히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뇌의 운동을 위해 자주 움직이려고 한다. 첫 번째 보았을 때와 두 번째 보았을 때는 느낌이 또 다르다. 

전에 왔을 때는 구름이 춤추며 일몰을 봐도 좋고 낮에 봐도 좋다는 운무대를 가보지는 못했는데 이번에는 올라가 보기로 한다. 천년 고찰 용암사에서 바라보는 운해와 일출은 미국 CNN go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에 포함될 정도로 뛰어난 풍광을 자랑한다고 한다. 

용암사 일출은 얼마 전 옥천군이 선정한 관광명소 9경에도 포함되었는데 용암사는 해발 656m의 장령산 북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어 등산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마스크를 쓰고 올라가는 길은 생각보다 호흡이 가파르게 느껴졌다. 

사찰의 건축물들도 동양 건축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동양 건축에서는 영역성이 건축 평면도에서 점으로 표현되는 기둥으로 만들어져서 안팎의 경계가 모호하다. 용암사(龍巖寺)와 같이 사찰의 이름은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다. 한자에서 글자의 뜻은 한 글자를 구성하는 기본 글자의 상호관계에 따라서 변화된다. 사람의 이름도 그렇듯이 개명을 하는 이유는 그 상호관계에 의해 운명이 좋아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운무대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옥천군에서 지정한 맛집의 리스트가 있다. 운무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배를 채우라는 의미인 듯하다. 

올라가는 길에는 다양한 모양의 큰 바위들이 눈에 뜨인다. 새벽녘 낮게 깔린 구름은 춤을 추듯 일렁이고 금강 쪽에서 밀려오는 운해를 뚫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수묵화 같은 산봉우리가 아름답다고 하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새벽에 이곳을 와봐야 할 듯하다.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장령산 용암사로 올라와서 보면 옥천군 제일의 평야로 반경 약 4km의 원형 분지를 이루고 있으며, 주위의 산지에서 발원하는 수많은 계류에 의하여 관개되고 있어 논이 발달된 옥천분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2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시각이지만 순간적인 기억력에 의해 3차원으로 공간과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도 재미있게 생각된다. 수학 혹은 알고리즘에서 함수란 특정 변수에서 다른 변수로의 대응 관계를 정한 것이다. 인생 함수 역시 특정 변화에 의해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것처럼 계속 바뀌게 된다. 

신라 말 마의태자(麻衣太子)가 금강산으로 가던 길에 잠시 머물러 용바위 위에 서서 신라의 서울이 있는 남쪽 하늘을 보며 통곡하였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용암사에는 그 모습이 남아 있다. 2차원적인 바위에서 돌출된 느낌의 부처상이다. 

아기 중들이 보물로 지정된 옥천 용암사 동. 서 삼층석탑 아래에서는 아기 중들이 귀엽게 놀고 있다. 용암사가 자리한 삼청리라는 이름은 마을에 소나무와 대나무, 잣나무 이 세 가지가 항상 푸르게 있다 하여 “삼프리”라 하다가 “삼파리”로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쓰면서 삼청이라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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