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계절

시인 김호연재의 계절 겨울

자신의 이름이 붙여진 건물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조선시대에 가족관계를 보면 어떤 집안의 딸과 결혼했다는 정보는 있어도 이름이 남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는 시인이면서 자신의 이름이 남아 있는 여성의 집 호연재가 있다. 자신의 이름이 붙은 집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지만 그녀의 가정생활은 그렇게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후대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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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흑사병은 교회가 가진 힘을 잃게 만들고 르네상스라는 인문 개혁이 일어났다. 코로나 19를 통해서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속화될 전망이며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공간의 재구성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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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동춘당이나 송용억가옥등을 둘러보았는데 이번에는 소대헌, 호연재 고택을 살펴보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여류시인 호연재가 살았던 곳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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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은진 송 씨였어도 동춘당 송준길같이 이름을 남긴 사람들도 있지만 모두가 송준길 같지는 않았다. 김호연재는 은진 송 씨의 집안으로 시집을 갔지만 여성이라는 한계에 부딪쳤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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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된 공간으로 들어가 본다. 우리의 한옥은 예로부터 땅의 습기로부터 목구조의 집을 짓기 위해 지면에서 기둥으로 수십 센티미터를 띄어서 집으 ㄹ지었다. 한옥의 마루는 필로티 기둥 구조로 땅에서부터 올라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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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한옥이 이렇게 땅의 습기에서 보호하기 위해 기단을 쌓고 주춧돌 위에 기둥을 두고 마루를 만들어두었다. 앉아보면 알겠지만 아이가 아니라면 편하게 발이 땅에 닿게 된다. 자유로운 평면과 입면, 가로로 긴 창은 기둥 구조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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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재의 고택에서 볼 수 있는 기둥 구조는 최근 아파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벽을 이용한 판상형 아파트는 오래되면 재건축 외에 다시 활용하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옥이 오래되어도 다시 리모델링할 수 있는 것은 주요 구조인 기둥을 축으로 보존처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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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건축물은 조용히 감동을 받고, 본인이 받은 감동을 스스로 곱씹어보는 그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서양의 건축물을 보았을 때의 감탄사와는 다른 감성을 부여해준다. 건물에 대칭이 없이 많은 경우 주변 환경에 맞추어서 좌우 비대칭성을 가지고 자연 발생적인 형태로 증식하듯이 평면이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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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둘째 손자인 송병하가 법동으로 분가하면서 건립한 고택이 있었는데 후에 송병하의 아들 소대헌 송요화가 1714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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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를 보면 봄을 이야기하고 술 마시기 좋은 날을 이야기했지만 계절로 생각해본다면 겨울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소대헌이란 큰 테두리만 보고 작은 마디에 매달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송요화가 쓰던 큰 사랑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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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문으로 나오면 호연재 김 씨의 시비가 있다.


달빛 잠기어 온 산이 고요한데

샘에 비낀 별빛 맑은 밤

안개 바람 댓잎에 스치고

비이슬 매화에 엉긴다

삶이란 석자의 시린 칼인데

마음은 한점 등불이어라

서러워라 한 해는 또 저물거늘

흰머리에 나이만 더하는구나


마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어서 그런지 시의 글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절대 흰머리때문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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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춘당 고택 안에 있는 호연재 고택을 보았다면 횡단보도를 건너서 넘어오면 김호연재의 시가 적혀 있는 작은 공원이 나온다.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송촌시장 음식문화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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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호연지기’를 자신의 호로 삼을 만큼 당찬 김호연재는 남편 대신 집안 살림은 물론 가정의 모든 일을 도맡아 챙기며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 그렇지만 여성이 걷고 싶은 옛길 속에 김호연재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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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생애를 사는 동안 200여 편이 넘는 한시를 남겼던 김호연재의 시와 그녀가 살았던 고택을 조용하게 돌아보면서 공간이 만든 사람 그리고 새로운 생각과 관점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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