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로 만들어진 정읍 김명관 고택
일상의 관심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지만 글이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관점 등에 대해 논하는 것에 배우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면 없던 관심도 생겨나고 휩쓸려간다. 동양은 집단의식이 강하고 상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그룹에 속해서 왜?라는 질문 대신에 자신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상황이 변하던가 처지가 안 좋아지면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지금도 포탈을 보면 정부 탓, 남 탓으로 넘쳐난다. 그러면 마음은 아주 조금 편해지겠지만 정작 바뀌는 것은 없다.
현재 우리가 보는 공간이 만든 고택은 농업사회가 시작되면서 만들어질 수가 있었다. 농업은 지구의 기온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서 바람의 세기가 약해졌으며 덕분에 지표면에 유기 물질이 축적되면서 농업의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정착하기 시작했고 정주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서 살게 된다.
정읍에 자리한 김명관 고택은 동진강(東津江)의 상류가 서남으로 흐르고 있는 곳에 자리한 국가 민속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된 집이다. 아주 천천히 변했던 과거보다 현재 우리는 아주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길게는 1년이나 짧게는 한 달 사이에 급변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2020년 코로나 19가 시작되었을 때 하반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코로나 19가 바꿀 근미래는 코로나 19가 가진 특성에 달려 있다.
정읍 김명관 고택은 미래를 대비하고 만든 고택이라고 할까. 청하산이 둘러 있어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이루고 있는데 청하산은 지네와 닮아 지네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래서 집 둘레에 나무를 많이 심어 화견산과 독계봉을 가리고 숲을 이루어 지네가 습지에서 잘 살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곳은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녹두꽃의 촬영지이며 배경지이기도 하다. 정읍은 동학운동의 고장이며 전봉준의 고장이기도 하다. 10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정읍 김명관 고택은 상당히 큰 규모의 고택이다. 정읍시는 삼국시대 가요 중 유일하게 가사가 전해지고 있는 정읍사, 정악곡 중 백미로 꼽히는 수제천, 그리고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굳이 배치를 생각하지 않고 돌아봐도 되지만 김명관 고택의 건물들의 평면 배치를 살펴보면 행랑채·사랑채·안 행랑채·안채·별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깥 행랑에서 동남쪽으로 난 일각문을 들어서면 넓은 사랑마당이 나오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돌아보면 좋겠지만 코로나 19에 문화재 설명은 들을 수는 없다. 마당으로 들어오면 북쪽에는 사랑채가 있고, 남쪽에는 대문과 연결된 문간채가 줄지어 있다.
오래전에 사용하였을 우물은 현재도 그냥 남아 있다. 지금은 물을 길어서 마실 수는 없지만 물길이 있었던 곳이니 다시 천공을 하면 물이 나올지도 모른다.
풍수지리는 지형과 물의 영역이기도 하다. 사람은 물을 떠나서 살 수가 없다. 강수량의 차이는 농업의 차이를 만들었고 품종의 차이는 농사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냈는데 이어 가치관의 차이도 만들어냈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고택들은 그런 행동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열린 공간에 자리한 고택의 대청마루에 올라와보았다. 한옥같이 목재를 이용한 기둥 중심의 건축 양식은 외부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보여준다. 풍수지리도 자연 환경과의 관계를 중요시한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상황은 변화한다.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삶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