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의오영순 가옥
필자의 살던 고향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서울이었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살게 되었다. 어릴 때의 서울은 초가집도 가끔씩 있고 오래된 집들도 보이던 곳이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광견병에 걸린 개들이 갑작스럽게 등장할 때 열심히 도망쳤던 기억도 있다. 지금은 민속자료나 오래된 사람들의 옛 가옥을 제외하고 초가집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김제 오영순 가옥은 초가집으로 전북 김제시 북죽5길 103에 자리하고 있다.
지도에는 나와있지만 오영순 가옥을 찾는 것은 마치 숨바꼭질하듯이 찾아봐야 한다. 김제의 가볼 만한 곳으로 오영순 가옥뿐만이 아니라 김제의 대표적인 벽골제를 비롯하여 장화쌀뒤주, 금산사, 만경향교, 김제향교, 이석정선생생가, 성덕왕버들등도 있다.
드디어 오영순가옥을 찾을 수 있었다. 앞에는 개들과 옆에는 염소들의 소리를 들어가면서 안쪽으로 걸어서 들어가 본다. 염소가 뭐라 하는지 모르겠는데 개들이 짖으니 염소가 같이 우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러고 보니 개들은 짖고 염소는 운다고 표현한다.
오래된 가옥답게 옹기들이 많다. 이런 마당이 있는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간다. 1주일에 하루는 하루 종일 마당을 손질해야 하지만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채소도 키우는 재미는 있다. 역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수고로움같이 무언가를 잃어야 할 때가 있다.
이 가옥은 19세기 중엽에 세운 것으로 직사각형 초가집이다. 안채, 헛간채, 문간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안채 왼쪽에 있는 헛간채는 현재 지붕을 슬레이트로 바꾸어 두었다고 한다. 초가집의 온돌방마다 좁은 마루를 붙여놓은 것이 특징이다. 김제에서 몇 채 남지 않는 전통초가집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서민들이 살던 전형적인 초가집이다.
이렇게 황토로 발라둔 집은 TV에서 산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집에서 많이 본 기억이 난다. 두통과 알레르기, 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과 절상, 타박상, 화상, 아토피, 여드름에 이르기까지 황토를 이용하여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데 특히 아토피에 좋다.
나무가 오래되었는데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휘어지고 닮았다.
5월의 꽃은 장미라고 한다. 오영순 가옥의 마당에는 들장미가 피어 있었다. 장미 가시에 얽힌 대표적인 이야기로 20세기 최고의 독일어권 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이집트 여인 니 메트 엘루이에게 장미를 꺾어주다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치 우리 집처럼 오영순 가옥에 앉아서 자라는 채소도 보고 뭐라고 우는지는 모르지만 염소소리도 듣고 5월의 장미도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