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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1. 2020

백야 (白夜)

어두운 밤보다 환한 밤이 기다려질 때

코로나 19와 1년 가까이 모두가 크고 작은 대응을 하고 있을 때 밤에 모이는 것에 대해 본격적인 제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래간만에 눈도 내렸고 스키장에서 시원스럽게 내려오면서 스릴을 즐겨보는 스노보드도 생각나지만 올해는 그냥 조용하게 지나가게 된다. 그래도 설경을 구경하는 것은 마음 편하게 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음성의 금왕읍에 자리한 용계저수지와 백야자연휴양림은 마치 한밤에 떠 있는 태양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아 환한 현상을 '백야 현상'이라고 하고, 해가 뜨지 않아 하루 종일 캄캄한 현상을 '극야 현상'이라고 한다. 21일로 동지가 지나가고 이제 낮이 길어지기 시작을 한다. 날은 어둡지만 요즘에는 어두울 때는 집에 들어가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TV 같은 데에서 보면 거대한 저수지에서의 눈이 내린 풍경을 보곤 했는데 생각하기 나름에 따라 이곳에서 해외여행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아볼 수 있다. 노르카프 지역에는 사람들이 여름철마다 백야로 인해 많은 관광에 몰렸는데 이는 대표적으로 백야가 일어나는 장소는 노르웨이의 노르카프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조용하게 지나간 듯하다. 

얼어 죽을 정도로 추운 온도가 아니라서 조용하게 돌아보기에는 좋다. 주변을 살펴봐도 한국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으니 이곳이 핀란드라고 생각을 해본다. 

요즘 단편소설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백야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대표적 단편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아! 더없는 기쁨의 완전한 순간이여. 인간의 기나긴 삶에 있어서, 그것은 결코 부족함이 없는 한순간이 아니겠는가."

백야자연휴양림의 모든 시설들은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잠정적으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이다. 백야자연휴양림의 백야가 노르웨이의 백야현상과 다르겠지만 하얗게 내린 눈으로 인해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해 준다. 

용계저수지를 돌아보고 백야자연휴양림에 내린 눈도 잠시 감상해보면서 동지에 빠르게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백야리를 돌아보면 친환경으로 재배한다는 버섯농장도 보이고 매실나무들도 보인다. 매화꽃이 필 때면 지금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이곳을 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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