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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2. 2020

사람의 향기

음성의 초계정씨(草溪鄭氏)집성촌 도청리

90이 다 된 나이에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성이라기보다는 사람의 향기가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1년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왕래가 줄면서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5인 이상 사적인 모임 금지 등이 나오는 등 코로나 19가 장기화하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 풍경도 변했다. 사회적 이슈는 대부분 대도시 그중에서도 서울 및 수도권을 위주로 나오고 있지만 온기가 도달하지 않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없는 것도 현실이다. 

눈이 내리고 난 후 충청북도 음성군 금왕읍의 도청리라는 마을을 찾아가 보았다.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이곳은 초계정씨(草溪鄭氏가 임진왜란 직후 정착한 곳이라고 한다. 본관 초계(草溪)는 현재 경상남도 합천군 초계면 지역으로 충북의 집성촌으로 충북 음성군 금왕읍 도청리가 대표적인 지역이다. 시조 정배걸(鄭倍傑)은 1017년(현종 8)문과에 장원급제해 예부상서와 중추원사를 지냈다. 그는 초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한 뒤 초계군에 봉해졌다고 한다. 

금왕읍의 도청리는 향후 스마트팜이 들어설 곳이다. 스마트팜은 ICT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원격으로 작물을 최적 상태로 관리하는 농업 방식으로 군은 친환경 농업교육관과 별도로 음성 천연가스발전소 인근에 작물 재배를 목적으로 스마트팜 조성도 계획하고 있는데  친환경 농업교육관을 2021년까지 조성할 것이라고 한다. 

마을을 돌아보다가 초계정씨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진 비석과 효자문을 우연하게 보게 되었다.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뒤에서 필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좀 더 들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차 한잔을 권유하셨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코로나 19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연세가 꽤 되어보시는 할머니는 사람과의 대화가 무척이나 그리워 보였다. 사양하려다가 조심스럽게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가 보았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타 주시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세가 90이 다 되신 할머니는 초계정씨 집안으로 시집을 와서 70년 가까이를 이곳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대대로 초계정씨 집성촌에서 살면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곳에 초계정씨가 터를 잡은 것은 임진왜란 당시로 큰 벼슬을 한 분은 없었지만 대대로 효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집 앞에 효자문이 건립되어 있었다. 시아버지가 되시는 분은 한학의 대가로서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의 학문적인 수준에 이른 사람이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남편분은 이미 먼저 세상을 떠나시고 자제분들은 모두 대도시로 나가서 살고 있기에 홀로 이곳에서 거주하고 계셨다. 

집은 전체적으로 오래된 집으로 일제강점기의 주거형태도 눈에 뜨였다. 한 때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이곳은 사람들이 떠나가면서 할머니 집 주변으로 7채 중 4채가 빈집이라고 한다. 당시에 여자로서 쉽지 않았던 대학의 학력을 가졌었는데 때는 한국전쟁 때였다고 한다. 공부를 제법 잘해서 서울대학까지 바라볼 수 있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모든 대학이 부산으로 내려간 터라 가까운 청주대로 진학을 했다고 한다. 당시 북쪽 경계선에 있는 대학 중 청주대가 유일했다고 한다. 

계속 책을 읽으셔서 그런지 몰라도 이야기가 반복은 되었지만 9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정신이 또렷했다. 코로나 19등으로 인해 자제분들의 방문도 뜸하면서 사람과의 대화를 못했는데 필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무척 반갑다고 했다. 코로나 19가 꼭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렇게 확실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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