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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1. 2021

오래된 섬

1월 1일 눈 오는 날의 간월도 

풍광 좋은 곳의 12월 31일의 저녁, 1월 1일의 아침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것이 권장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을 소원하기 위해 유명 관광지를 찾곤 한다. 33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의 보신각 앞에 모여서 사람들과 함께하고 가장 동쪽에 있다는 정동진을 찾아가서 해가 뜨는 것을 보려고 한다. 작년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의 아침은 조용하게 집에서 보냈다. 오래도록 홀로 바다에 떠 있는 섬 간월도는 요즘 같은 때에 생각해볼 만한 오래된 섬이다. 

오래된 섬 간월도는 달을 볼 수 있는 섬이다. 간월도의  看은 손과 눈이 합쳐져서 ‘보다’는 의미가 되었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멀리 있는 물체를 보려면 손을 눈 위에 올리고서 볼 수 있는데 볼견처럼 서서 쳐다보는 것과는 의미가 좀 다르다. 

부석면에 자리한 간월도의 주변으로는 데크가 있고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볼 수 있는 곳이다. 견(見)은 딱히 보려고 하려는 의지가 없어도 보이는 것이고 간( 看)은 보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보는 것이다. 

춥긴 춥다. 올해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생각이 든다. 눈도 많이 오고 덕분에 세차를 하지 않아도 될 명분(?)을 자꾸 만들어준다. 서산의 드 넓은 갯벌에서 굴을 캐며 자식을 키우고 삶을 이어갔던 그녀들의 삶이 조형물로 간월도 입구에 세워져 있다.  

간월도는 썰물이 있을 때만 갈 수 있는 섬으로 그곳을 가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객 발열검사를 하고 넘어가 볼 수 있다. 마을 분들이 이곳에서 발열검사를 하는데 이 추운 날 적지 않은 수고를 하고 있었다. 

이날은 간월도를 건너가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멀리서 간월도와 간월암을 보기 위해 찾아가 보았다. 개인적으로 섬은 가끔 가면 좋지만 그곳에 사는 것은 몇 번 생각해보아도 불편할 듯하다. 

적당한 빛의 파장이 색소 분자에 닿으면 세포는 전기신호를 발화하기 시작하는데, 파장이 일치하는 색소에서 멀수록 세포의 발화 속도가 느리다고 한다. 색조는 다양한 진동수를 지닌 전기신호로 바뀌게 되고 지각하는 대상에 사물을 인식하게 채우는 깊이라던가 윤곽과 색 등의 특징이 채워진다. 

다른 사람에게는 간월도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날 간월도는 오래된 섬으로서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나의 온전한 존재처럼 보였다. 처음에 왔을 때는 어떻게든 썰물 때를 맞춰서 건너가야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작년과 올해는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만 해도 참 좋다. 

간월도 역시 사람의 수명으로는 알 수 없을 정도의 오래된 섬이지만 지리학적으로 가장 오래된 섬으로 갈라파고스 군도의 동쪽 끝에 자리한 산스크스토발 섬(San Cristóbal Island)을 꼽고 있다. 그 섬에 갈라파고스 거북과 갈라파고스 바다사자등이 서식한다면 서산의 간월도에는 간자미 회무침과 어리굴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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