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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1. 2021

이응노의 집

눈 오는 날 홍성 이응노 생가

눈 오는 날과 비 오는 날은 어디는 나가기보다는 집에서 있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마음이 편한 시간이면서 차분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에는 창밖을 보며 쌓인 눈을 보고 있으면 겨울에 책 한 권이 절로 생각난다. 고암 이응노 생가는 이응노가 탄생하고 유년을 보냈다는 충남 홍성군 홍북면 중계리의 낮은 산자락 끝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건축 면적 1천여㎡로 전시 홀, 북 카페, 다목적실 등 전시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과 초가로 지은 생가, 연밭, 산책로 등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예전보다 주차공간은 많이 확보되어 있었다. 

고암 이응노는 약 20여 년간 1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나무 도시락과 간장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는데 특히 공간을 표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근대 화가인 고암 이응노 화백은 어릴 때 배웠던 서예를 문자 추상에 접목시켰다. 

안쪽으로 들어오면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우측으로 올라가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고암 이응노 생가에도 눈이 많이 내려서 초가집과 마당에도 흰색으로 변해 있었다. 급변하는 역사 속에서 화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조국을 향한 그리움을 항상 가졌던 그가 끊임없이 노력하던 중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한다.

평온한 겨울의 일상이 홍성 이응노 생가에도 내려앉아 있었다. 일명 동백림사건(東伯林事件)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많은 박해가 있었다.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전시회는커녕 그림의 매매와 입국까지 금지되어 국내에서 완전히 잊혀 버렸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초가집은 이 시대의 아파트와 비슷한 느낌의 집이다. 조선의 가옥중 70~80%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이던 집으로 양반, 평민 가리지 않고 살던 곳이 초가집이었다. 초가집이라고 흔히 쓰지만 원래는 초가집도 초가집도 아닌 초가(草家)가 올바른 말로 볏짚, 밀짚, 갈대 등으로 지붕을 엮어 만든 집이다. 

이응노 생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이응노 생가 기념관은 코로나 19로 인해 지금은 잠정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그래도 이곳까지 온 김에 한 바퀴를 돌아본다. 

설경 is 뭔들... 초가집은 매우 구하기 쉽던 재료로 만들었던 데다가 농촌 인구가 전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던 시절이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상부상조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눈 오는 날 겨울에 잘 어울려 보인다. 

이제 다시 365일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어떤 것이 많이 바뀌게 될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예술가란 사람들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일을 한다. 신년에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울려 퍼졌던 존 레넌의 이매진처럼 상상해볼 수 있는 2021년이 된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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