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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3. 2021

겨울의 꽃

예산에 찾아온 소한의 강추위

1월에는 24절기 중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이 있는데 모두 강추위를 동반하는 절기이기도 하다. 낮의 길이가 서서히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작은 추위이지만 대한이 소한의 집의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의미가 있을 만큼 추운 시기다. 이번 주에 가장 매서운 추위와 함께 낮은 온도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재택근무가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직장으로 출근해야 하고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겨울의 꽃이라는 강추위를 피하기는 힘들다. 

예당호가 자리하고 있는 예산군은 황새마을과 의로운 형제로 잘 알려진 곳이다. 동지가 지나면 해가 길어지듯이 사람 몸 안의 양기도 점점 움트기 시작하는데 이때 양기가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하면 호흡기에 병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이런 때에는 햇볕을 쐬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예당호 해맞이 행사 역시 올해 열지 않았다. 

코로나 19에서 보듯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것을 보려는 적지 않은 사례를 본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어떤 술 취한 사람이 조명 아래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이 다가가서 무엇을 찾으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다고 답한다. 그래서 여기에서 잃어버렸냐고 물었는데 그는 이곳이 아닌 떨어진 어두컴컴한 곳에서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 그곳에서 찾아야지 왜 이곳에서 찾냐고 묻는 말에 이곳이 환해서 찾는다고 답했다. 자신의 좁은 시야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비논리적인 사람의 모습을 빗대는 이야기였다. 

올해 들어 여러 생각을 했는데 사람들은 참 자기편 한대로 해석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편협된 시야에서 더 편협되는 것은 쉽지만 설득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예산의 이성만 형제 이야기는 형과 동생이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가졌던 사람의 이야기다. 한 사람만 열리면 관계는 유지되지만 소통되지는 않는다. 한쪽에서 아무리 잘해준들 그것은 관계가 나아지는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성만 형제길과 원홍장길이 조성되어 있는 이곳은 한참 기반공사가 진행중에 있었다. 착한 농촌체험세상, 내륙 어촌 재생사업, 내수면 수산 생태보전 기반 구축사업 등 다양한 관광·레저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보통 도시경관이라고 하면 마천루와 아파트가 즐비한 곳을 생각하지만 넓게 보면 도시는 확대될 수 있다. 이곳의 느린 호수길은 평탄하고 대부분 데크길로 되어 있고 턱이나 계단이 없어서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도 불편하지 않다. 추워서 그런지 걷는 사람들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길이 논과 호반을 따라 조성된 관계로 수심이 낮은 곳에서는 오른쪽으로 물속에서 자라 나오는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예당호 일대에 조성된 7㎞ 길이의 예당호 느린 호수길은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느리게 걸으며 일상을 비우고 여유를 채울 수 있는 곳’으로 원홍장 둘레길도 있다. 원홍장의 이야기는 심청이야기와는 조금 다르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달라고 관세음보살에게 기도를 드리다가 진나라로 건너가 황후가 되었고 불상과 나한상을 만들어 백제로 보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관음사적기'에 기록된 '충청도 대흥 원량이라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살았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예당호 느린 호수길’이 유엔 해비타트가 수여하는 ‘2020년 아시아 도시경관상 심사위원상’을 받았는데 ‘아시아 도시경관상’은 유엔 해비타트가 아시아 사람들의 행복한 생활환경을 구축해가기 위해 다른 도시에 모범이 되는 성과를 이룬 도시, 지역, 사업 등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올해 1월에 함박눈이 내렸으니 풍년이 들 것인가. 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받아 익은 쌀은 음기가 많은 겨울에 먹는 것이 제격이고, 추운 겨울바람을 버티고 자라난 보리는 양기가 많은 여름에 먹어야 좋다고 한다. 겨울의 꽃이라는 강추위가 제대로 찾아왔으니 올해는 풍요로울 수 있을지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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