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07. 2021

곰이 살았을까.

소원을 들어준다는 서산 웅도의 반송

한반도의 역사에서 곰은 굴에 들어가서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 그런 곰이 상징하는 것은 아마도 사람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해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단테의 신곡에서 나오는 것처럼 사후에 천국으로 가는 것은 믿음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하게 살려는 인간의 실천적 의지와 함께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할 듯하다. 어릴 때, 젊었을 때의 잘못은 나이가 들어서 믿음으로 가벼워지지 않는다. 잘못은 영원한 잘못이며 씻을 수는 없다. 

눈이 내리는 날은 운전을 잘 안 하는 편이다. 차가 후륜구동이라서 전륜구동에 비해서 아주 잘 미끄러진다. 구조를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인다. 대부분의 후륜구동차들이 무거운 편인데 차의 무게를 앞에서 끄는 것과 뒤에서 밀어주는 것은 당연히 눈과 빙판과 같은 환경에서 후륜구동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눈이 폭설처럼 내리기 전에 갔지만 서산의 웅도에도 적지 않은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적당히 내리길 바라면서 웅도로 들어갔다. 

서산의 웅도는 말 그대로 곰의 섬이다. 웅도는 섬의 모양이 웅크리고 있는 곰과 같이 생겼다 해서 웅도 또는 곰섬이라 불리고 있다. 

이곳 가로림만은 태안반도의 남쪽 천수만(淺水灣)의 반대쪽으로 만입(灣入)하며, 남쪽으로는 태안읍, 서쪽으로는 원북면·이원면과 접하고, 동쪽으로는 서산시 팔봉면·지곡면·대산면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을 말한다. 웅도의 지질은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된 서산층군에 속하는 편암, 편마암 및 규암과 화강편마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에 왔을 때도 보았지만 저곳에는 항상 바닷물이 담겨 있다. 밀물이 들어왔을 때 담겼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것 같은데 꼭 물고기가 몇 마리는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날은 너무 추워서 물고기를 잡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갯벌 초입에는 이 웅덩이는 낙지게 등을 잡으면 임시로 넣어두는 일종의 자연 수조인데 용해라고 부른다고 한다.

웅도항으로 가다 보면  가는 길에 사당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김해 김 씨 사당이라 한다조선 인조 때 김자점이 역적으로 몰려 귀양을 온 섬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후에 의금부로 압송된 김자점은 국문을 당한 뒤 12월 17일 능지처참에 처해졌다. 그의 가문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는데 그중 황해도 해주에 정착한 일파의 후손 중 한 명이 독립지사로 상해 임시정부 주석을 지냈던 백범 김구이다. 

웅도는 작은 섬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다. 오래되어 보이는 사당도 있고 웅도항이라는 항구도 있다. 볼만한 바위와 함께 소원을 들어준다는 웅도 반송을 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파제와 같이 자리 잡고 있어 어업의 중심지를 이루며, 굴·김양식은 물론 어족의 산란장으로 유명한 곳으로  바지락과 굴, 낙지가 잘 잡힌다. 

안쪽으로 더 들어오면 곰 캐릭터가 웅도 반송까지 이어주고 있다. 아직은 눈이 많이 내리고 있지 않아서 안쪽으로 들어갈만하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해 웅도에 갇히게 되면 안 되니 빨리 돌아본다. 게다가 마늘이나 쑥도 가져오지 않았다. 

저 밑으로 내려가면 웅도 반송을 볼 수 있다. 천연기념물급으로 사람 손을 타지 않는 멋진 소나무다. 정부와 관광공사에서 전국 33개 섬을 선정했는데 섬 모양이 곰(熊) 형상을 닮아 웅도로 이름 지어진 이 섬은 신비함을 간직한 미지의 섬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잠시 머물러서 웅도 반송 앞에서 소원을 빌어보았다. 가로림만은 '내륙 깊숙이 바닷물을 끌어안아 이슬 맺힌 아침의 숲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다'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 전해지며 고운 이름만큼이나 청정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웅도는 생태자원이 매우 풍부한 곳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경의 공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