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9 퍼시픽 림

부저추신(釜低抽薪) : 괴물 카이주를 물리치기 위해 태평양의 포털을 닫아

부저추신은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할 때 사용하는 계책으로 일명 힘 빼기 전술이기도 하다. 중국 북제 때 위수의 양조문에서 유래한 부저추신은 끓어가는 가마솥을 식히기 위해 장작을 빼내어 물이 끓는 것을 막는 계책을 말하는 것으로 일명 김빼기 작전이다.


영화 퍼시픽 림은 2025년 일본 태평양 연안의 심해에서 포탈이 열리면서 그곳을 통해 엄청난 괴물인 카이주가 지구를 위협하자 예거를 만들어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진 괴물(Kaiju) 앞에 괴물이 필요했던 인간은 전 세계 리더가 모여 범태평양연합 방어군을 결성하고 메가톤급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를 만들게 된다.


초기에는 성공적으로 카이주를 막는 것 같아보였지만 계속 진화하면서 포탈에서 계속 나오는 카이주를 인류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카이주들이 나오는 본거지 포탈을 막지 않는 이상 괴물은 계속 공급되어 인류의 생존 자체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카이주 1세대에서 4세대등으로 진화하면서 점차 대형화되고 강력해진 카이주를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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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는 독일어로 사냥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예거는 25층 빌딩 높이의 거대 로봇으로 신경계를 통해 정신이 연결된 파일럿 두 명이 조종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마지막에 남은 메인 예거 네 대는 미국의 집시 데인저, 중국의 크림슨 타이푼, 러이사의 체르노 알파, 호주의 스트라이커 유레카이다.


어벤저스에서도 괴물이 들어오는 채널은 포털이었고 카이주 역시 포털을 통해 들어온다. 포털이라 함은 차원이 다른 공간이나 엄청나게 떨어져 있는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워프가 가능하다는 과학적인 개념 역시 이런 포털이 존재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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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포털이라고도 하고 웜홀이라고도 하는 이 통로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기도 한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존 휠러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의 지평면 내부를 잘라내고 그 나머지를 연결시키는 것에 생각한 바 있다.

캐릭터와 서사 구조는 지극히 정형화되어 있지만 외계에서 포탈을 통해 들어온 카이주를 박멸하기 위해 계속 카이주를 공급하는 포탈을 공격해 막는데 결국 성공한다.


잡초를 제거함에 있어서 낫으로 위의 풀만 제거한다고 해서 그 근본을 제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적병을 제거하거나 반대세력을 제거할 때 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역시 부저추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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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보면 조조의 세력이 미미할 때 허베이의 패자 원소를 공격할 상황이 발생하였다. 원소의 군대와 정면으로 대적하지 않고 원소의 진영에서 이탈하여 조조에게 투항한 허유의 계략에 따라 원소군의 군량 고인 오소(烏巢)를 습격하여 일거에 원소군의 군량을 탈취해 관도대전의 승리자로 기록된다.


조조와 원소는 어릴 때 친구였지만 늘 두 사람 사이에는 거리가 있었다. 조조는 환관 출신이었지만 원소의 집안은 대대로 높은 벼슬을 지낸, 이름난 귀족 집안이었다. 명문가 출신의 원소에게 대적조차 할 생각도 못했던 초기의 조조는 인물을 알아보고 평가하는 재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허소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다. ‘그대는 태평성세에는 훌륭한 신하가 되겠지만, 난세에는 간사한 영웅이 될 거요.'


조조가 관도대전의 승자가 될 수 있는 기반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은 책은 읽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시원시원한 성격의 조조는 노래하고 춤추는 연희를 좋아하면서 늘 감정을 조절하여 의지를 굳건히 했다.


원소는 관도에서 군대를 잃고 ‘병이 나서’ ‘근심으로 죽었다.’ 원소를 비롯하여 원술, 유비 등도 조조처럼 낙관적이지 못했다. 원술은 패배하여 회남으로 후퇴하고는 화가 뻗쳐 ‘한 말이 넘는 피를 토하고 죽었다.’ 이릉 전투에서 유비는 ‘대패한 후에 치욕으로 병이 나서 죽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낙관적으로 다스리지 못한 덕분에 몸에 병을 얻어 생명을 잃는 것이다.


상대편에서 기세를 올릴 때 상대의 취약한 부분을 공격하던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을 때 미디어를 활용해 역방향으로 힘 빼기 전략을 활용한다. 적을 제거할 때 뿌리부터 제거하고 꼬인 매듭을 풀 때는 매듭 자체를 잘라버리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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