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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09. 2021

상록수 (常綠樹)

농촌계몽의 배경이었던 한진포구

아무 일이 없었다면 사회의 취약한 부분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위기는 분명히 준비된 사람에게는 기회이겠지만 사회의 언저리에서 보호막이 얇은 곳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 19로 두드러진 경제 양극화와 고용에 대한 문제가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 처해있는지 볼 수 있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소수의 편에 서서 희망을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심훈의 상록수에 등장하는 채영신과 박동혁이 그런 사람이었으며 기득권을 대표하는 강기천은 그 반대편에 서 있었던 사람이다. 

당진의 한진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곳의 포구는 심훈의 상록수라는 소설에서 농촌지역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채영신이 박동혁을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농촌계몽의 큰 계획을 세운 곳으로 설정한 곳이다. 소설에서는 한진포구의 풍경과 먹거리들이 등장한다. 

일제강점기에도 친일 부역자뿐만이 아니라 적당하게 그 시스템에 적응한 사람들의 삶은 그럭저럭 유지되었다. 그렇지만 민족에 대한 수탈이 강화된 가운데 농촌의 삶은 고달파질 수밖에 없었다.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계몽이 필요하며 이는 교육에 기반한다. 강한 인내심과 의지력을 가지고 있는 채영신은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하였다고 한다. 

당진의 한진포구는 산업단지를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농민계몽운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은 심훈의 상록수와 이광수의 흙이다. 소설이 갖추어야 할 추악한 이기주의자의 비인간성과 휴머니즘이 대치되면서 실제와 같은 상황에 입각한 농민문학의 기틀을 확립하였다. 

얼어 죽을 것 같은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겨울 멋쟁이 따뜻하게 입고 나오지 않는 바람에 얼어 죽을 것만 같다. 당시 농촌의 상황은 지금의 사회 취약계층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데크길을 걸어서 저 전망대까지 가고 싶었지만 바닷바람이 워낙 거세게 분다. 

양희은의 노래 상록수와 어울리는 분위기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실제 인물도 26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소설 속에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 영신은 동혁과의 결혼 약속을 취소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게 된다. 

상록수에서도 한진포구의 먹거리가 등장하는데 한진포구는 앞바다에서 잡아온 해삼, 멍게, 가리비, 대합 등 해산물의 먹거리가 있는 곳이다. 

겨울철에 말려지고 있는 물메기도 눈에 뜨인다. 겨울 해풍에 얼었다가 따사한 햇살에 녹았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물메기는 맛을 간직하게 된다. 이렇게 말려진 물메기는 정월 대보름께 구워서 먹거나 찜을 해서 먹으면 맛이 좋다고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사 와야겠다. 구워서 먹어봐야겠다. 그런데 소설 상록수에서 말린 물메기 이야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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