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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2. 2021

통찰력 (洞察力)

통찰력의 인물 김계휘를 모신 모선재

어떤 사람들은 상황을 빨리 파악하고 요점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처음 보는 상황에 걸맞은 말이나 지식을 마치 준비된 사람처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 이런 사람들은 책을 상당히 빨리 읽기도 하지만 문장의 뜻이나 맥락을 쉽게 이해한다. 이런 능력은 타고난 것도 있지만 수많은 노력과 함께 완성되어간다. 보통 이런 능력을 통찰력이라고 부른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어도 통찰을 전달하기란 어려운데 상황판단능력이 상당하다. 

제대로 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치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역사 속에서는 만나볼 수 있다. 논산의 한 가문을 이루면서 그 정신을 이어오는 성씨 중에 광산 김 씨가 있다. 보통 돈암서원을 생각하면 사계 김장생을 생각하는데 통찰력의 관점으로 본다면 그 아버지인 김계휘가 먼저 생각난다. 그는 총명함이 고금에 드물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논산에는 모선재라는 재실이 있는데 재실은 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려고 지은 집으로 18세기 초반에 자손들이 세운 것으로 알려진 집이다. 이 재실은 사계 김장생의 할아버지인 김호와 아버지인 김계휘를 위한 재실이다. 팔작지붕 민도리집으로 앞면 4칸, 측면 2칸의 총 8칸 규모의 집이다. 

김계휘가 명나라를 갔을 때 통주 길에서 '십구전시'를 팔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 모두 600권이 되었는데 이 책을 하룻밤 사이에 다 보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물론 지금과 같은 한 권의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양이 적지 않다. 

광산 김 씨 집안의 전통적인 문중 재실 건물로 학술적 가치가 높다. 광산김씨, 파평윤씨가 가문을 이룬 호서지방은 지금의 대전과 충청남도, 충청북도를 모두 포함하는 지방을 의미하는데 충청북도 제천시에 있는 의림지(義林池)의 서쪽 지방이라는 의미로 호서지방(湖西地方)이라 불렸다. 

김호와 김계휘를 모신 모선재의 뒤쪽에 오면 시대적으로 먼저 만들어진 의정공 김국광사당이 있다. 의정공 김국광의 불천위 사당으로 1483년에 건립되어 수차례에 걸쳐서 보수한 건물이다. 김국광은 세조 13년(1467)에 이시애의 난이 일어났을 때 병조판서로 남이장군과 함께 난을 평정하였다. 

황강 김계휘의 활동사항 중 특이한 것은 조선의 산천·마을·도로·성지 등의 형세와 전술적인 문제점, 농작물의 생산 현황에 관심을 가져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지금은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어 기록을 볼 수는 없지만 그의 통찰력이 곁들여진 기록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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