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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2. 2021

시의 길

백석이 생각나는 지천생태길

백석(白石)이라는 시인은 어딘지 모르게 흰 눈이 내리는 겨울과 어울려 보인다. 아마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 때문일지 모른다. 백석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세상은 흰 눈처럼 깨끗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곳이었지만 그는 더러운 세상을 혼자서라도 맑은 사람이 되어 건너가고 싶었던 사람이다. 사랑이야기를 할 때 백석의 시를 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는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의 시의 깊은 산골과 어울리는 곳이 청양도 포함이 된다. 청양에는 지천이 흐르는데 지천을 중심으로 생태길이 조성이 되어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남산 녹색 둘레길이라고 부르는데 이곳 지천생태길, 녹색길, 벚꽃길, 고향길로 구분이 되어 있다. 

윤동주는 백석을 그리면서 사슴이라는 시집을 옆에 두었다고 한다. 백석은 '흰 바람벽이 있어'중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이날도 눈이 푹푹 내려 지천의 위에 채워놓고 있었다. 

눈으로 인해 삶이 고달파지는 것이 아니라 어두워 오는데 마른 잎새에 내린 눈에는 쉬지 않고 흘러가는 지천이 아름답게 그려질 수 있음을 시로 느껴볼 수 있다. 그의 표현처럼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가운 날이다. 

요즘에는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간다. 눈이 어떻게 내려서 쌓였는지는 모르지만 누구나 공평하게 볼 수 있는 눈은 고단함을 조금 더 환하게 반사해주며 마음의 무게를 덜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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