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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7. 2021

시간의 맛

당신에게 짜장면은 어떤 의미인가요?

살아오면서 어떤 노래의 가사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는지는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게 짜장면은 시간을 가진 음식이며 맛이기도 하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 물가정보가 매월 발간하는 ‘종합물가 총람’ 11월호에 1970년부터 작년까지 50년간 주요 품목별 물가 변동 상황을 보면 짜장면이 100원에서 평균 5,000원까지 올라갔다. 이날 호기롭게(?) 주문한 삼선 짜장면의 가격은 9,000원에 이른다. 요즘에 배달시장이 커졌다고 하지만 옛날보다 배달을 할 수 있는 가격은 껑충 뛰었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짜장면 한 그릇도 주문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원래 주문해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맛있게 만든다는 음식점을 직접 발품팔이를 통해 찾아가는 편이다. 2020년에 이어 올해에도 달라지는 것은 바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시장의 확대일 것이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HMR(Home Meal Replacement,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과 밀 키트(Meal Kit, 재료가 손실돼 있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의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짜장면이 맛있기 위해서는 면발이 탱탱해야 한다. 흐물흐물하지도 않고 가락국수 면처럼 지나치게 탱탱하지도 않으며 면끼리 들러붙지 않으면서도 소스가 잘 스며들면 좋다. 이 음식점의 면발은 괜찮은 편이다. 소스가 부어져서 나오는 짜장면은 무언가 후루룩 마시듯이 먹는 맛이 있는 반면에 간짜장이나 삼선짜장은 면대로 소스대로 각기 맛이 있어서 좋다. 

물 짜장면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소스가 듬뿍 나온다. 50년 전보다 90배나 오른 가격에 짜장면을 먹어보면서 생각해본다. 한 30년쯤 지나면 시간의 맛인 짜장면은 얼마에 팔리고 있을까. 그때도 지금 같은 모습의 짜장면이 남아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유행이 되었던 음식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렇지면 여전히 짜장면처럼 유행을 타지 않는 음식들은 남아 있다. 

돈의 가치가 계속 희석되면서 오르기만 했던 외식메뉴 가격이 작년에 살짝 주춤했다. 코로나 19로 손님이 줄자 식당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춘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음식점의 삼선 짜장면은 가격답게 적지 않은 해물과 버섯, 고기가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소스의 양이 많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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