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17. 2021

공부하기 좋은 때

하서 김인후의 훈몽재(訓蒙齋)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한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작을 해야 하며 책을 읽기 위해서는 첫 장을 넘겨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중간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그 과정까지 가는 길이 지루하고 답답하고 빨리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빈약함에서 자라는 것이다. 코로나 19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TV나 스마트폰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을까. 생각하는 것보다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남는 것은 없다. 

전라남도의 장성군은 2년 전쯤에 여러 번 가본 기억이 있는 노란색의 도시다. 장성에서 태어난 사람 중에 하서 김인후라는 사람이 있는데 퇴계 이황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 유학자다. 울산 김 씨인 김인후는 1531년 사마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입학하였으며, 이때 이황(李滉)과 교우 관계를 맺고 함께 학문을 닦았다.

순창에 자리한 훈몽 재라는 곳은 후학을 기르기 위해 김인후가 지은 곳으로 순창군이 관광지나 공원, 공연장 등에서 대면은 물론 실시간 라이브 방송 등 비대면 방식을 혼합한 프로그램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순창 복흥면에서 위치한 낙덕정에서 출발해 가인 김병로 생가, 숲 속 데크로드 길을 지나 훈몽재까지 이어지는 길은 전북 1000리 길 생태·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전북 1000리 길 중 현재 순창군에는 훈몽재 선비의 길을 비롯해 강천산 길, 장군목길 등 총 21km가 포함이 되어 있다. 

김인후는 수양론에 있어서는 성경(誠敬)을 주된 목표로 삼았는데 경(敬)으로써 이를 바르게 해야 다시금 마음이 일신을 주재할 수 있게 된다는 주경설(主敬說)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처음 찾아가 본 훈몽재는 첫인상이 참 독특하다. 오래된 곳이면서 새롭게 만든 건물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눈이 내린 날이어서 그런지 풍광도 조금 특이하다. 순창 훈몽재는 조선 유학의 큰 별 하서 김인후 선생의 학풍을 올곧이 이어오고 있으며 고당 김충호 산장을 비롯해 유학의 정통을 잇고 있는 학자진이 있는 곳이다. 내린 눈만 보이는 저곳 훈몽재 옛터는 지난해 11월 전북도 문화재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자주 말하는 것이 있다. 말이란 것은 본인에게 머물 때만 자신의 것이고 내뱉으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말을 할 때는 충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말하려고 하는 것을 먼저 행하며 그 이후에 실행을 바탕으로 말을 해야 한다. 

훈몽재에는 천리길도 있지만 지석묘도 볼 수 있다. 훈몽재를 돌아보니 건물의 건축양식이 현대적이어서 조금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찾아보니 훈몽재는 2009년 김인후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쌍치면 둔전 2길에 713.46㎡ 규모로 중건해 유학 교육의 산실로 이용되고 있어서 그러했다. 훈몽재가 풍수 명당이라는 사실이 알리지면서 다양한 계층이 찾고 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엉얹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