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날의 생극면 응천공원
흰 눈이 내릴 날이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다. 충청북도 음성보다는 큰 도시였던 오타루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가 촬영지였던 곳이다.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감성적으로 되는 것은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약혼자에게 보낸 편지가 우연히 돌아오면서 편지의 주인공을 찾아, 그리고 추억을 찾아 떠나는 따뜻한 듯 가슴 시린 여정을 그린 러브레터의 감성은 눈에 있다.
눈이 오거나 눈이 내린 직후면 도시는 대부분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도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 지역이 있다. 음성의 주요 도로는 제설작업이 되어 있지만 구석구석으로 들어가다 보면 아직도 눈이 안 녹은 곳이 많다.
흰 눈이 온 세상을 덮은 날, '러브 레터'와 함께 영화의 OST를 다시 들어보면서 드라이빙해보는 것도 추천해본다. 마치 코로나 19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이 인기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워볼 수도 있다.
생극면 응천공원은 여름철 많은 주민이 이용하는 쉼터와 물놀이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야간 조명 설치 등 경관조성을 하여 휴가철 휴식공간으로 많은 주민이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겨울에 얼음 썰매장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봄이면 음성군 생극면 응천공원의 벚꽃과 꽃잔디가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물들면서 주민들에게 새로운 봄나들이 명소로 알려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벚꽃이 만개할 때 응천공원을 와본 기억이 없다. 올해에는 때를 맞춰 응천의 벚꽃을 만나볼 생각이다. 물론 그때도 거리두기는 일상처럼 여전할 것이다.
물이 응축되어 내리는 눈처럼 말과 단어가 응축된 시를 읽으며 겨울을 맞이하듯이 벌써 2월로 접어들었다. 음성의 겨울 풍경화를 보면서 흰 눈의 러브레터를 생각해본다. 흰 눈이 배경인 속에서 빨간색에 가까운 주황색의 다리가 생경한 느낌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흰 눈이 내렸을 때는 반사되어 빛의 질감이 더욱더 도드라져 보인다. 영화 속에서처럼 전형적으로 이쁜 화면은 아니지만 꾸며지지 않는 사실적인 모습의 음성 응천이 펼쳐진다.
흰 눈이 가득 내린 공간에서 다시 꺼내보는 러브레터처럼 눈이 만든 편지는 누구에게나 한 장씩은 품고 있지 않을까. 순수했던 첫사랑의 추억과 흰 눈은 설렘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