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의 정서

글은 생각하는 언어, 시는 향기 나는 언어

글에는 형식이라는 것이 있다. 소설, 에세이, 시등 글은 다양한 형태로 쓰이고 읽히게 된다. 형식에 따라 읽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다르다. 시는 읽는다기 보다는 뇌로 냄새 맡듯이 느끼며 읽는다. 그래서 시에는 향기가 있다는 말도 한다. 모든 작품은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의 기록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보령의 정서를 담았다는 시인 임영조는 시 쓰기는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품게'했다고 한다. 이문희라는 소설가는 볼품없는 원고지에서 구슬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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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박물관이 자리한 곳에 가면 보령문학관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보령의 정서를 담았다는 소설가 이문희 선생과 시인 임영조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문희 선생은 보령시 미산면에서 태어나서 문학인의 길을 걸었다. 그의 대표작품은 장편인 흑맥으로 제11회 현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작품 활동을 하던 중 1990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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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맥이라는 소설을 보면 사회의 밑바닥에서 버림받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어두운 생활을 하는 탕자(쾌락에 과도하게 빠져 바르게 살지 못하는 사람)의 단면을 부각한 작품이다. 인간의 본능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타락했던 그 삶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인간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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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는 않지만 작품을 모두 접해보면서 읽는다면 시간이 가는 것을 잊어볼 수도 있다. 손택이라는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을 소모시키고, 자신을 건 도박을 하는 거다."라는 말을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짬짬이 시간을 약간씩 내서 운동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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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 선생은 그나마 수월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수많은 작가들은 약간 자기 파괴적인 상황에 처해야 글을 썼던 사람들이 많다. 글을 쓰는 사람 모두는 자신의 글에 만족하지 않는다. 만족이 없는 글쓰기를 하면서 소설 쓰기가 제일 어려운 소설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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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맥이라는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이곳이 바로 중심 공간이다. 전쟁의 화마에서 상처 입은 사람이 탕자가 되어 괴로움에서 잊히고 싶은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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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들은 내면의 불꽃을 고스란히 느낄 때가 있다. 내면의 불꽃이 없다면 차가움 속에 인간의 영혼을 담아내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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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조 시인은 보령의 주산면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살아오면서 마음에 담은 단어가 엮여서 독특한 시적 율법과 그만의 미학을 만들어냈던 사람으로 부여의 신동엽 선생에게 사사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적필후 그의 작품을 보면 바람이 남긴 은어, 그림자를 지우며, 갈대는 배후가 없다, 귀로 웃는 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시인의 모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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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형식을 사용하든지 간에 자신의 생각과 내면의 불꽃을 겉으로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보통은 자신의 생각의 극히 일부만 표현하고 살아가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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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이 하나의 작품이라고 본다면 장편소설은 삶의 방식을 결정한다. 장편은 외부와 중단된 삶을 선택해야 마음에 겨우 드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매일 아침이 찾아오듯이 썼던 서울역 주변의 뒷골목을 무대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어두운 생활을 묘사함으로써, 그들이 점차 사랑과 신을 각성하고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대표작인 흑맥은 인상주의적인 색채가 강하다. 절판되어서 그런지 한 권에 150,000원에 거래된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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