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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설날

음성 오미마을의 수호신 마송리 석장승

명절, 제사, 새배, 제례 등은 모두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우리의 전통이며 문화이기도 하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지만 여전히 그런 문화적인 보이지 않는 테두리가 있다. 2021년의 설날도 그런 문화적인 전통과 현실적인 방역과 대치되며 보내게 되었다. 지역의 구석구석에 있는 이야기를 쓰다 보면 때론 고향이 그곳이었던 사람들의 반갑다는 댓글을 보기도 한다. 음성의 입구의 작은 마을인 오미마을에는 3기의 석장승이 자리하고 있다.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작은 이정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지만 음성에 살았던 사람이나 특히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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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음성 마송리 석장승은 100미터 간격으로 세 기가 세워져 있다. 한국에서도 3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은 작지 않다. 우리 민족의 탄생신화에서 볼 수 있는 3은 가장 환상적인 숫자이다. 삼위태백, 천부인 3개, 삼친 체계가 고대 신화의 원형을 이룬다. 매년 정월 초에서 보름 사이에 장승제를 지내는 대상인 석장승 역시 그 3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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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았을 흰 눈이 내린 곳을 지나쳐 석장승으로 다가가 본다. 도로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석장승이다. 미륵 형태를 보이고 있는 장승이다. 불교사상의 원초적 뿌리에는 미래불에의 서원이 담겨 있었다. 불교 전래 이래로 이 땅에도 무수하게 많은 미륵불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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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석장승을 보았으니 다시 걸어서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두 번째 석장승을 볼 수 있다. 마송리 석장승은 입구에 있는 첫 번째가 가장 디테일하며 두 번째는 그보다 조금 투박해지고 세 번째는 더 그 형태가 모호해지는 특징이 있다. 시간에 따라 따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받는 느낌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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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에 있는 석장승들은 대부분 미소를 디고 있는데 사랍답게 사는 세상에 대한 해탈된 미소에서 고달픈 삶이 승화되기를 바라는 모습들이다. 설이 되면 보통 송편을 많이 먹는데 우리 민족은 흰 눈과 같은 색깔의 백설기도 많이 먹었다. 가장 신성한 제사를 올릴 때는 순수 무색의 백설기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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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너편에 마지막 석장승이 있다. 설날은 상상해보면 흰색이 먼저 생각난다. 꼭 설날에 눈이 내렸던 것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설날이 되면 눈이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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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랜선 설날을 보내게 되었다. 마송리 석장승의 숫자처럼 자연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3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은 물과 공기와 흙을 보고 세 가지 형태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고를 발전시켜 왔다. 우리의 문화에서 반복은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설날처럼 1월 1일, 3월 3일 삼짓날처럼 3은 양수이며 길한 숫자이며 반복된다. 올해는 가족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도 배려하는 한 해가 되어야 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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