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중리동
학교 다닐 때 도면은 참 많이 그려본 기억이 난다. 건축도면이나 토목 도면, 단지계획 등은 학과 공부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그렸었다. 단지계획이라는 개념을 알기 전에 대전에서 최초로 계획단지로 조성되는 중리동이 개발되는 것을 보았다. 당시에는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외에 부도심이라고 할만한 지역이 거의 없었을 때 중리동은 핫한 곳이기도 했다. 대전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급속한 발전을 했지만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을 잇는 중심도로 외에 필지가 자로 잰 듯이 개발되지는 않았다.
도시가 발달함에 따라 대전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는 시점에 중리동지역이 계획단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배후 주거단지로 송촌동도 이어 개발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둔산동은 도시계획법상 상위에서 계획이 되어 있었고 93 EXPO와 함께 대규모로 개발이 되었다.
단지계획에 의해 개발이 되고 30여 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쇠퇴의 과정을 겪게 된다. 지금은 서구나 유성구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대덕구이지만 당시 중리동은 소득 수준이 되는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서 살았다. 그리고 지금은 도시재생이 필요한 곳이지만 친근함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옛 추억을 되살리는 다양한 캐릭터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 이곳 중리 근린공원은 당시 도시공원이라고 부를만한 곳이 없었을 때는 가장 좋았던 휴식공간이기도 했었다. 벽화로 그려져 있는 보노보노는 참 특이한 캐릭터다.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로 세상만사를 해맑게 표현하면서도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묘한 동물이다. 인생의 즐거움이란 걸 본인이 매우 잘 알고 있어서 언제나 핑크색 조개를 소중히 들고 다닌다.
대덕구 행복 1번지라는 표현처럼 행복은 참 빨리 지나간다. 다른 이들은 그저 순간을 즐기기에도 바쁠 때 즐거운 순간은 왜 늘 빨리 지나쳐 가는지 의문을 품을 때도 있지만 그냥 이 시간을 잘 보내볼 뿐이다.
어릴 때부터 보았던 수많은 만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벽화로 그려져 있는 것만 같다. 캐릭터의 전성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만화의 주인공을 보면서 희로애락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위로 걸어 올라가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본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공간이 마음을 살리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눈치채지도 못한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햇빛은 기분을 나아지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계절성 정서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심장의 리듬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 절기가 바뀌기 전에 기분전환도 하고 벽화를 보면서 옛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