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펑펑 내리는 날의 춘장대 해수욕장
겨울 멋쟁이 잘못하면 얼어 죽는다고 했던가. 물론 죽을 때까지 버티지는 않았기에 다행히 집으로 원대복귀를 할 수 있었다. 추위가 봄을 시샘하여 아직 물러가지 않았을 때 서천의 춘장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못 보번 풍차를 보는 설렘도 잠시 상당한 강풍과 눈발에 의해 겨울의 해수욕장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겨울이 주는 설렘이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씨에서 해수욕장에서 함께 걷는 그런 추억이랄까.
언제 저런 조형물이 생겼는지 풍차 두대가 바람이 아닌 전동방식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풍차는 중국에서 주로 관개용(灌漑用)으로 아직까지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관광지의 조형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해수욕장을 걷는 것은 나름의 설렘이 있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몫이 있기에 너무 무리는 하지 않기로 한다.
바람이 강하면 풍차는 수직축을 따라 돌아 유용 면적을 줄여 속도를 줄이는데 이 풍차 역시 바다에서 불어오는 풍력이 강해지면 자동으로 속도조절을 하게 된다. 풍차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규모로 볼 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서해에 썰물로 인해 저 멀리 바다가 물러가게 되면 조형물의 기러기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곳까지 걸어서 나가야 한다. 대충 계산해보면 200여 미터는 걸어가면 기러기를 볼 수 있다. 기러기를 보는 것은 잠시 밀물에 의해 물이 아주 빠르게 들어오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나름의 설렘을 느끼면서 저 멀리 있는 갯벌로 걸어서 나가본다. 눈과 바람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면서 우산을 뒤집기도 하고 온몸을 적시기도 한다.
굳이 네덜란드까지 가지 않아도 눈이 내리는 풍차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람 부는 춘장대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풍차 앞에 서면 뒤에서 겨울의 세찬 바람이 불어오면 손이 시리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멀리까지 보이는 저 바다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데 추워서 거기까지 걸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적어도 바다 전경은 보인다는 것만으로 만족해본다.
걷다가 문득 아래에 있는 조개껍질을 살펴본다. 조개껍질을 엮어서 선물을 해주면 좋아할까?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다시 바다로 걸어 나간다.
목재로 지어진 풍차 외관에 타일을 붙이고 춘장대만의 색깔을 더해 색다른 모습으로 거듭난 해수욕장의 모습이 되었다. 밤하늘 아래 불을 밝힌 풍차는 어떤 풍경을 보여줄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조명이 설치가 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해안의 완만한 경사와 맑고 잔잔한 수면이 특징이며, 울창한 해송과 아카시아 숲이 넓게 분포되어있어 야영과 휴식을 취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 춘장대해수욕장이다. 눈 내리는 날 문득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말에 이곳에 와서 색다른 겨울이 주는 설렘을 느껴보고 떠나본다.